그런데 출퇴근복장이 깔끔해지고부터 강도 높고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는 광부의 노고를 무시하는 일이 잦았다. 광부 남편의 힘든 노동에 대한 감사인사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3교대의 육체노동자를 위해 챙겨주어야 할 건강에 대한 뒷바라지도 소홀했다.

광부가 힘들여 번 돈을 가족들이 헤프게 쓰거나, 광부의 아내가 춤바람이 나거나 도박을 하는 등 부정적 변화가 감지되었다. 광부들은 가족 내에서조차 초라해지는 비참한 심정을 대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으니 술의 힘을 빌렸을 때나 터트리곤 했다.

광업소는 아내들의 탈선현상을 줄이고 광부 남편에 대한 사랑을 키워줄 방안으로 가족들의 막장견학 시책을 추진했다. 광부들이 갱내에서 얼마나 고생하며 일하는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 중반 들어 사택단위별로 아내들을 모아 갱내 채탄 막장으로 견학 가는 교육이 매일 이어졌다. 광부들은 막장에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아내는 남편이 일하지 않는 곳으로 배정됐다.

견학은 일반 막장보다 작업 환경이 좋은, 흔히 관광노보리로 불리는 갱내 막장이었다. 그런데도 광부의 아내들은 상상도 못하는 작업환경에 충격을 받았다.

막장 작업을 보고 돌아오는 동안 안쓰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아내가 많았다. 갱내 견학에서 돌아온 아내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놓고 광부 남편을 맞았다.

아내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당신이 정말 그렇게 힘든 일을 매일 하고 있느냐?”라고 젖은 음성으로 몇 번이나 물었다. 아내는 그동안 자신이 지은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막장 견학으로 춤바람났던 아내가, 도박에 빠졌던 아내가, 과소비를 즐기던 아내가 성실한 아내로 돌아왔다.

막장 견학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자 광업소에서는 자녀에게로 확대했다. 또 광부의 자녀를 가르치는 탄광촌 교사들에게도 확대하면서 탄광노동의 실상을 알렸다.

광부들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시행한 막장 견학이 새로운 문제점을 부르면서 중단 위기를 맞았다. 남편 작업현장을 둘러본 아내가 탄광을 떠날 것을 종용한 때문이다.

아내는 “이렇게 무서운 데서 어떻게 매일 일을 해요?” 하면서 남편에게 퇴직을 종용했다. 아내는 “내가 어떤 일을 해서든지 돈을 벌 테니 탄광을 떠나 다른 데 가서 살아요.”하면서 남편의 출근을 막았다. 아내의 눈물 어린 호소에 감동을 한 많은 광부가 퇴직신청을 했다.

아내의 막장견학이 대규모 퇴직자 발생으로 이어지면서 광업소는 막장 견학을 즉각 중단했다. 가뜩이나 광부 인력 충원에 심혈을 기울이던 터에 경력직의 이직은 큰 타격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