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해안을 끼고 있는 동해안은 겨울이라서 좋다. 서산을 붉게 물들일 무렵 항포구 언저리에서는 뽀오얀 입김을 뿜어대며 도루묵, 양미리 등 그날그날 잡은 물고기를 구워 소주 한잔 걸치며 하루일과 중 피로를 풀어가는 어부들이 있다면 산 밑 비닐하우스 집에는 화목난로 불문을 열어놓고 고구마 한두 개 구워먹으며 두 마리의 개가 짖어대는 적막한 산 밑에 사는 농부들의 일이 외롭지가 않아 보인다.

급변하고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고달프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분노 등으로 정신은 멍들어 가고 있다. 가족 형태의 변화, 공동체 문화의 쇠퇴, SNS의 발달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인간관계도 제한적이다.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사회 전반을 뒤 덮고 있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있고, 그로 인해 불평불만이 생기고, 또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소란과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능하면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고, 소란과 소동 없이 문제들이 해결되어 간다면 좋겠지만, 욕망과 이익이 충돌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와 집단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욕망과 이익의 크기가 클수록, 또 사람들이 그것을 조절하는 수준이 높으면 불평불만, 소란과 소동이 덜하고, 수준이 낮으면 낮을수록 더하다.

이른바 각자도생의 사회다. 고민이 있어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많지 않다. 홀로 속을 끓이며,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불행 중에 불행한 일이다.

괴로움에 따른 고통에 힘들면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필자가 살고 있는 동해 바다로 오시라! 하얗게 깨지는 바위 위에서 욕심을 내려놓으시라! 텅 빈 마음으로 해암(海巖) 틈에 뿌리를 내리고도 푸르름 잃지 않는 저 당당하고 여유 있는 소나무를 공짜로 보시라!

요즘 우리는 이런 낭만과 배려, 감동이 없다. 사람이라고 살면서 사람의 삶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우리는 공짜로 널려진 자연을 보면서 그 이치에 놀라지 않는다. 부자 집 앞마당 정원에 수 백만 원에서 수억 원 호가하는 돌멩이 ,나무 등 가격표가 매겨진 것을 보고 입을 딱 벌리며 부러움 반 시기반의 자신을 경험 해 보았을 것이다. 잘못 보고 잘못 인식 한 것이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 가든 정원 속에 갇힌 정원수와 돌멩이 보다 못하겠는가!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만이 값진 삶을 살 수 있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의 경험된 유전자는 진정한 나 아닌 나의 비선실세들이 진짜인 나를 희롱하도록 해놓고도 끝까지 허접은 나는 변명만 하게 한다. 분노와 허탈에 빠진 진정한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책임을 모면할 꼼수만 생각한다. 그런 나에게 감동 같은 것을 기대 하기는 어려울 것 아닌가. 다만 상식이나 지켜주며 살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잘 사유해 보면,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숲속에는 '약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활용은커녕 그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 아는 것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복을 위해 주어진 커다란 가능성을 거의 활용할 줄 모른다. 열심히 살펴 잘만 활용하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할 수 있다.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라는 말을 있다.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원칙보다는 현실 수용을 앞세우는 상황논리로 볼 수도 있고 구차한 자기변명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갈림길 앞에 서서 갈등하는 우리 기성세대의 치열한 고민을 읽을 수도 있다.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영욕(榮辱)이 갈리고 궁달(窮達)이 판가름 나는 선택이다.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삶의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든 그것은 오직 본인의 결정에 달렸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대부분 이 세상에서 살다 갔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영(榮)과 달(達)이 보이는 길을 갔고, 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선택을 우리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선택 앞에서 고뇌하고 해명이라도 하는 인격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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