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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는 복 많이 짓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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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03월 02일 (월)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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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대로 우리가 되고, 이기심(利己心)이 그대로 이타심(利他心)이 되며, 아만심(我慢心)이 그대로 자비심(慈悲心)이 되는 것, 정치와 사회의 기본이념이 되어 자손만대 빛나는 것을 이 나라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치와 사회 같은 이념적 색채가 문정부가 들어서 최악의 다툼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한쪽만 옳다고 말하는 것도 고집일 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내 주장만 옳고 상대편 주장은 틀리다고 싸웠다. 그리고 앞으로 그럴 것 같아 우울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중간지대가 없다. 휴일만 되면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앞은 금방이라도 나라를 결딴낼 것 같은 사람들로 들끓는다. 보수는 꼴통이고 진보는 좌빨이라고 서로 비난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눈만 뜨면 반대정파를 헐뜯는 기사로 가득하다. ‘즐기자’고 가끔 주말에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우리고 싶어 만난 친한 친구들도 정치얘기를 하다 얼굴 붉히기 예사다. 이쯤 되면 공멸(共滅)뿐이다.
극단적인 길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거문고의 비유를 들어 중도를 강조한 석가모니는 “거문고는 줄이 너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아야 좋은 소리를 낸다”고 했다. 바른 정치는 지나친 이념이나 권력자 개인의 철학에 치우치지 않아야 하듯 세상의 모든 일도 양극단을 지양해야 결과가 좋다. 반대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너그러운 귀를 가져야 한다.
짝눈으로 보면 진실의 반밖에 보지 못한다. 두 눈으로 보아야 바로 본다. 중도는 짝귀와 짝눈을 버리고 양보와 화해의 백년대계에 이르게 하는 길이다. 현재의 우리 정치를 가늠해 보면 해 넘기고 새해가 온다고 한들 중도와는 거리가 멀게만 점쳐진다.
중도, 알고 보면 너무나 쉬운 도리(道理)다. 저 ‘컬럼버스’가 달걀을 세우듯이 이제 한 해를 뒤로 물린 이 자리에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우리도 마음의 거문고 줄을 새로이 조절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날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게 정권을 잡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사회, 국가라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람들의 모임은 눈에 보이는 규칙이나 보이지 않는 규칙에 의해서 유지되며, 그 사회의 규칙은 어떤 궁극적인 가치 기반 위에 있다. 그 사회의 규칙과 그 규칙이 의지하는 가치 기반을 말한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지키기를 바라고 지키리라 믿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 사이의 상호성이다. 내가 이것을 지키면 저 사람도 이것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 믿음을 배신하면 이쪽도 더는 그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정치는 그냥 무너지게 된다. 정치가 무너지면 국민은 고통을 받게 마련이다. 새해에는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 한다. 누구를 바라기보다는 우리 속에 들어 있는 망국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 우리 스스로 눈앞의 이익과 편리 때문에 불합리를 묵인하고 도리를 저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리기란이인물불란, 미유기리야. 도기망이가국불망, 역미유기도야.(理旣亂而人物不亂, 未有其理也. 道其亡而家國不亡, 亦未有其道也.)” 직역하면 이렇다. “이치가 이미 혼란한데도 사람과 사물이 혼란하지 않는 이치는 없으며, 도가 이미 망했는데도 집안과 나라가 망하지 않는 도리 또한 없다” 장현광 (張顯光,1554~1637)「피란록(避亂錄)『용사일기(龍蛇日記)에 나온다. 임진왜란 시절 쓴 피란 일기에서 나라가 망하게 된 원인을 말한 것이다. 임진왜란의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겠지만 조선이 임진왜란에 잘 대처하지 못한 까닭은 왜군이 전쟁으로 단련된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주변적인 것이고, 주된 원인은 스스로 잘못했기 때문이다. 나라가 무너진 것은 임금부터 공경대부는 물론이고 백성까지 모두 자신의 직분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이치와 도리를 지켜야 할 임금과 관원들이 먼저 도망가는데 군대와 백성이 그 자리를 지킬 이치와 도리는 없다. 대포가 있고, 산성이 있고, 군대가 있어도 그것을 지킬 책임 있는 사람이 도망치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질 뿐이다.
올 한해의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어져 수많은 대립과 반목을 해왔다. 서로가 상대방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참담함으로 얼룩졌다. 광장에서 길거리에서 도리 켜 보면 지금도 필자의 얼굴을 붉어지게 한다. 그 모든 일은 대부분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반성해야 할 것투성이의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각자가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기를 바라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질책하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는 것도 당연시 되어야겠지만 새해는 복 많이 지으시길 원(願)을 세워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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