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이름있는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으로 구매한 캄보디아 관광이었다. 그런데 야간 자유외출을 타진했더니 밤에는 못나간다고 설명한다.

가이드 이모씨는 아예 다음날 대절 버스에서 마이크를 통해 “밤에 외출하면 죽인다”고 엄포를 놓는다. 캄보디아는 내전 중인 곳, 크메르 루즈라는 공산당이 2백만명을 죽인 나라, 언제라도 쉽게 사람을 죽이는 곳, 가이드 허락없이 외출에 나서면 여행자 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는 둥의 허무맹랑한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죽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단체로 온 여행에서 팀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호텔에서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황당한 협박이 극치에 도달한 대목은 “캄보디아는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미국에서 배낭여행을 금지한 곳이다. 그래서 앙코르와트를 보고 싶은 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의 패키지 여행으로 캄보디아를 찾아온다”는 대목이었다. 그걸 들으면서 속으로 배꼽을 잡았다. 동남아에 오래도록 살다보니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하고 말이다. 요즘 한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각국의 정세를 시시각각으로 알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여행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말이다.

더 흥미있는 것은 전체 여행객들이 호텔에서 얌전하게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셋째날 밤에는 가이드의 인솔아래 시내에서 1시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올드 마켓과 레드 피아노 주변 거리였는데, 그곳을 거닐어보니 서양인들만 득실댔다. 물론 앙코르 유적지에도 배낭여행을 온 미국인들로 북적거렸고 말이다.

캄보디아 가이드북이나 여행객의 증언을 통해 이미 몇 년 전부터 씨엠립은 안전한 곳이며, 수도인 프놈펜에 비해 치안이 잘 된 지역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가이드는 관광객의 발을 호텔방에 묶고 야간 외출시 가이드와 동행하도록 했다. 가이드는 외출 동행을 도와주는 척하고 결국 마사지룸, 술집 등에서 바가지 요금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진정한 현지 여행 가이드라면 밤거리의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알려주어야 했다. 그런데 무조건 밤중의 외출과 시내는 위험하다고만 했으니 어찌 가이드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여행사가 내놓은 옵션 상품이 아닐 경우에는 현지의 물가대로 여행객이 소비하도록 돕는 것이 가이드의 역할일 것이다. 언어소통이 안되는 것을 이용하여 현지 물가의 3∼5배에 달하는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을 가이드로 부를 수 있을까.

여행사도 그렇거니와 가이드가 제시한 마사지 옵션을 보면 1시간에 2만원, 2시간에 3만원의 비용을 책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는 시간당 팁 1달러씩을 내야한다고 공지했고, 모든 일행은 2시간에 맞춰 2달러를 냈다. 그 팁을 마사지사의 급여로 환산하면 8시간 노동 × 20일 기준으로 160달러의 수입이 생긴다.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는 캄보디아인 연소득이 500∼600달러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니 실제 마사지걸이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팁을 단체 여행객이 이미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옵션 마사지 비용 대부분이 가이드의 수입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패키지 관광객들은 이 현실을 잘 알면서도 선택이 아니라 반강제적인 옵션을 지속하고 있다.

씨엠립의 현지 물가를 보면 깨끗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근무하는 시설좋은 마사지샵이 1시간에 6달러, 오일같은 특수한 약품을 사용할 경우 15달러까지 간다.

한국인 관광객을 데려가는 것과 같은 수준의 현지인이 이용하는 시설 수준이면 4-6달러면 충분하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닥터피트'도 1시간에 6불이다.

시엠립 시내의 마사지 샵을 이용할 때 현지인과 한국인의 값을 다르게 책정해놓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지인이 6달러에 이용하는 곳도 외국인에게는 20~25달러로 부른다. 구시가지 중심부에 깨끗한 시설을 갖춘 ‘Debatara spa(전화 : 855-15-333-367)’는 비교적 양심적인 업소에 해당한다. 대체로 많은 업소가 가격이 적힌 메뉴를 보여주기를 꺼려하는데 이 업소는 가격이 적힌 메뉴를 보여준다.

호텔까지 손님을 픽업도 해주는데, 르모 사용료만큼은 4달러로 비싸 흥정이 더 필요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1시30분에 마감하는데 씨엠립의 마사지샵은 대체로 11시를 전후하여 문을 닫는다.

현지 가이드가 돈벌이에만 급급하느라 정작 앙코르의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은 짧다. 앙코르 문명을 주마간산격으로 여행할 것이 아니라면 가이드보다는 캄보디아와 앙코르 문화와 관련된 책 몇권을 읽고 가는 것이 가이드보다 낫다.

이번에 만난 가이드는 첫날부터 압사라(apsara)를 1억8천만명이라고 설명하기에 6억명이라고 수정해줘도 자신 말이 맞다고 계속 우긴다. 책에 나왔다고 가르쳐줘도 책의 것이 틀리다고 억지를 부린다.

참 무지한 가이드를 만났다는 생각에, 우리 나라 가이드는 언제쯤에나 여행사 영업직원이 아니라 문화유산해설가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자연관광지와 문화관광지에 배치되는 가이드의 의식과 식견이 달라야할텐데, 많은 가이드가 문화보다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안타깝다. 관광객의 밤문화를 유도해 수입을 올리려는 데만 너무 관심을 가지니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게다.

국내에는 어린이용 『라마야나』도 발간돼 있는데, 캄보디아에서 가이드를 하려면 적어도 『라마야나』 한 권 정도는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다. 책에 보면 “애교와 우아한 미를 갖춘 일군의 압사라가 출현하였다. 이들은 ‘물 위(apsu)에서 태어났다(rasa)’는 뜻으로 압사라(apsara)로 불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압사라의 수는 6억명이 넘고 하녀들은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앙코르 유적마다 숱한 여신과 압사라를 만나게 된다. 또 씨엠립 관광객들은 압사라 춤이라는 민속공연까지 관람한다. 그런데도 가이드는 압사라와 여신에 대한 개념이 없다. 이참에 이 둘을 잘 소개한 글이 있어 인용해본다.

“압사라는 무희(舞姬), 천녀(天女)로 칭해지는데 힌두신들의 분류상 지위가 낮은 신이며 항상 위대한 남신들이 출현할 때 동반하여 신을 즐겁게 하고 유혹하는 역할이 부여되어 있으며, 하늘을 나는 동작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신(devata)은 크메르어로 테보다(tevoda)로 칭해지며 사원 보존의 공양녀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지위가 낮은 여신을 통칭하며, 사원 입구를 지키는 남성 수호신을 대치하여 장식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였다.”

이번에 만난 가이드는 앙코르 유적지가 하늘의 별자리에서 용자리를 따라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 주장은 레이엄 핸콕이 내세운 가설인데 하늘의 용자리를 지상에 그대로 그려보면 유적지 배치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론이 많다. 주요 사원을 중심선으로 그어보면 앙코르와트, 바욘, 바푸온, 피메아나카스, 타프롬 반테이 스레이 정도는 용자리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앙코르 유적에 당대 사람들의 천문학적 지식과 상징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패키지 여행을 할 때는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보다는 현지에서 정직한 현지인 가이드를 찾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여행의 묘미를 안겨다 준다. 믿을 수 있는 안내자를 쉽게 구하는 방법이 있다. 학교를 통해 학생을 소개받거나 호텔에서 사귄 직원을 통해 그들의 친척이나 친구들을 소개 받는 것이다.

씨엠립에서는 Kingdom Angkor Hotel(855-63-760-526 or 760-528)에서 지냈는데, 마침 직원 번손(Bun Sorn, 휴대폰 : 017-242-586)을 알게되어 시내외출 도움을 받았다. 한 방을 쓰는 이정수 선생님은 로밍서비스를 받은 휴대폰도 있었고, 번손의 친구 르모(툭툭)기사 속기앙(Sokeang, 휴대폰 : 017-551-862)까지 소개받고 나니 든든했다. 속기앙은 영어를 잘했으며, 즐거운 씨엠립의 밤문화를 위해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15~20분 소요되는 호텔에서 시내까지의 르모 사용료와 3시간 동행비용은 5달러로 합의보았다. 호텔앞에서 대기하던 기사들은 왕복 8달러를 불렀으니 조금 싼 편이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흥정을 하려들면 3달러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시티투어를 여행사에서는 옵션으로 넣고 3달러 미만의 맥주 한 잔 사주는 것을 보태 20달러에 상품을 내놓고 있다. 패키지 여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씨엠립에서는 옵션없이 시티투어가 가능하다.

씨엠립의 현지 가이드가 돈벌이에 치중하는 동안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곳이 망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국할 때 부끄럽게도 우리 일행은 비자급행료라는 것을 지불했다. 캄보디아의 후진성만 탓할 일은 아니다.

여행사에서 급행료라는 명목으로 틀을 깨트리고 돈으로 캄보디아인들을 못된 습성으로 이끄는 우리의 나쁜 행동부터 스스로 고쳐야 할 것이다. 그래설까? 씨엠립 공항 출국 길에서 여권을 심사하던 여직원(2008년 6월28일 밤비행기)이 팁을 달라고 한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give me tip’이라고 한다. 참 어이없다. 공항직원에게 ‘기브미 팁’이란 소리를 듣다니. 에라, ‘기부니 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