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물관이 왜 필요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현재(2009.12.31) 우리나라 등록박물관은 국공립 311, 사립 234. 대학박물관 85개소로 모두 630관이다. 이 가운데 강원도는 약 10%인 60관(국공립 42, 사립 13, 대학5)의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각 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공립박물관 대다수가 인력이나 예산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립한 박물관은 개관 이후부터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인력을 줄이고 예산을 삭감할 때 가장 먼저 손대는 표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에서는 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지 냉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인근 지자체에서 하니 우리도 한다는 경쟁의식과 관광인프라 구축이라는 명분에다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기 위해서 박물관을 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박물관 건립을 위한 사전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으면서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설계도부터 마련하는 지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박물관 건립의 주체가 되다 보니 ‘옷을 먼저 만들고 그 옷에 제 몸을 맞추는 식’의 사업추진이 예사이다.

박물관 건립의 첫째 목적은 유물의 보존과 전시이다. 그러므로 먼저 유물이 있어야 한다. 유물이 많이 있기에 그 유물을 잘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훼손되지 않고 항구적으로 보존하면서 전시와 교육, 연구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박물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유물의 성격에 따라 박물관 건립 위치와 건물형태, 내부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선사유물의 경우 그 시대 사람들의 주요 주거지였던 하천변 또는 해변 쪽이 유리하고, 석탄박물관은 석탄광산이 있었던 주변이 효율적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생태환경과 잘 어울리는 곳이 적당하다.

건물의 형태 또한 석탄박물관이면 고생대 식물이나 광물의 형태를 고려하는 것이 좋고, 고래화석박물관이면 그에 어울리는 형태의 건물이 이미지 전달 측면에서 대단히 효율적이다. 이처럼 유물은 박물관의 시작이자 마지막이기도 하다.

여기서 박물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생각해보자. 국제박물관협의회가 규정한(ICOM 규약 제2조) 박물관의 정의를 보면 “박물관은 비영리 목적으로 세워진 항구단체이며 연구 교육 그리고 흥미를 위하여 인간과 그 환경에 대한 물질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교류 및 전시하여 사회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사회에 봉사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이다.

먼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건립하고 ‘돈 먹는 하마’라고 천덕꾸러기 취급하려면 아예 사업추진을 포기해야 한다.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곳간을 열고 돈을 푸는 곳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해 주듯 박물관 또한 문화복지기관으로서 국민들의 문화향수 충족을 위해 끝없이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곳이다.

자료의 수집, 보존, 연구, 교육, 교류, 전시 등 박물관이 하는 사업 모두가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박물관을 건립하고 운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건립의 효과를 크게 세 가지로 소개한다. 사회문화적 효과, 경제적 효과, 상호협력적·정치적 효과가 그것이다. 박물관은 지역사회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책임을 맡고 있으며, 기존의 정규 교육기관을 지원하고 박물관의 모든 시설과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물관은 지역주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이것이 사회문화적 효과이다.

박물관의 경제적인 효과는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문화공간을 문화적 하부구조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있으며, 주변의 상점 레스토랑 주차장 숙박업소 등의 경제적 효과를 파급시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박물관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은 박물관을 통해 지역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양하고, 전통적 문화가치를 함양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변화와 연속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지역공동체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의 행정기관을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것이 상호협력적·정치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동해시로 눈길을 돌려보자. 동해시에서도 공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민간의 자본으로 먼저 건립하고 차후에 연차적으로 사업비를 지불하는 BTL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했는데 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유보된 상태라고 한다.

일반시민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빚을 지면서까지 박물관을 건립해야 하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박물관은 끝없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돈 먹는 하마’인데 그 운영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렇다. 동해시는 무엇보다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왜 박물관을 건립해야 하는지, 그 박물관을 통해 동해시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박물관 건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지원을 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했다면 이제 동해시의 지역특성에 맞는 박물관 건립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하자.

2. 동해시의 지역환경에 따른 박물관 건립 방안

동해시는 바다와 산, 계곡, 동굴 등 다양한 자연환경에 놓여있다. 그리고 역사문화적으로는 인근 강릉과 삼척의 문화특성을 고루 지니고 있다. 특히 고고학적으로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로 유구가 모두 발견되어 다량의 유물이 수습되었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적 환경을 토대로 동해시의 박물관 건립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2-1. 역사적 환경… 국립 동해박물관

1980년 4월 1일 명주군 묵호읍과 삼척군 북평읍이 통합되어 동해시라는 새로운 도시가 탄생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두 지역을 통합한 것이 아니라 강릉과 삼척이라는 이질적인 두 문화권의 통합이었다.

문화권의 강제적 통합은 3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까지 부자유스러운 공동체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향교라고 할 수 있다. 동해향교가 건립되어도 북평과 송정, 북삼지역의 어른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여전히 삼척향교를 출입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동해시는 삼척과 강릉문화가 결합된 곳이라 쉽게 생각하면 두 문화를 포괄하는 유물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 건립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삼척과 강릉에서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종합박물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해시에서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의 건립은 오히려 삼척과 강릉의 아류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도시특성상 두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위치임에도 두 문화권의 특성을 반영한 박물관이 이미 건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새롭게 만들어진 동해시라는 지명(地名)에서 나아갈 바를 찾아보자.

1979년 북평읍과 묵호읍를 합쳐서 만들 신도시의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합의한 명칭은 두 개로 압축되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전통을 계승한다는 취지에서 강릉의 문화권인 묵호와 삼척의 문화권인 북평을 합한다는 뜻으로 묵호와 북평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묵평시(墨坪市)였고, 두 번째는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 환동해시대를 새롭게 열어갈 중심도시라는 상징적인 도시이름으로 동해시(東海市)가 제안되었다. 두 가지 지명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는 주장들로 인해 급기야 주민들의 공청회를 거치게 된다.

1979년도 북평읍사무소에 마련된 ‘시승격지원사업소’에서 지역주민과 관계자들이 모여 공청회를 통해 최종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바로 ‘동해시’였고, 이렇게 결정된 명칭은 당시 김성배 강원도지사의 최종결재를 득하여 동해시라는 지명이 확정되었다.

동해(東海)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BC37년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록을 담은 <삼국사기>에서이다. 그 후 414년 고구려 광개토왕비에 ‘동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남북국시대나 고려, 조선시대까지 그 이름이 이어져왔다. 그리고 16세기경부터는 ‘동해’라는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동해’를 지명으로 삼은 것은 동해시가 유일하다. 그러므로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동해시에서 박물관을 건립한다면 ‘동해’라는 이름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해는 현재 ‘일본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는 실정이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제는 조선어말살정책과 함께 개인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도록 하는 창씨개명정책과 조선의 주요 지명을 일본식으로 개명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1929년 국제수로기구가 발간한 ‘해양의 경계’ 초판본에 ‘일본해’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동해는 국제적으로 일본해가 되고 만 것이다.

한국 정부의 끈질기고 다양한 노력으로 1972년 국제수로기구는 지명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련 국간간 협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만약 하나의 명칭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두 가지 명칭을 병기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채택했고, 1977년 유엔지명표준화회의 또한 국제수로기구와 유사한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최대의 지도회사인 Rand Mcnally가 1997년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등 세계 유수의 지도사와 언론들이 점차 병기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일본해를 주장하고 있어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동해’라는 이름은 동해시만의 자산이 아니고 국자적인 자산이다. 동해시에서 국립‘동해박물관’을 건립을 요청했던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타당한 것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동해시의 ‘동해박물관’은 명명 당시의 바램대로 환동해안시대 중심도시로서의 위치를 보다 확고히 하는 것이다. 동해박물관에 담을 내용도 대단히 풍부하다. 동해와 일본해 관련 고지도만 해도 엄청나다. 거기에 동해교류사, 동해바다의 식생자원, 선박의 역사 등등 무궁무진한 소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소재로 건립되는 동해박물관은 바다 쪽에 자리잡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묵호항만과 인접한 매립지나 망상해변과 동해항만 인근지역 등이 적지가 될 수 있다.

2-2. 자연환경… 자연사박물관, 동굴박물관

동해시는 북쪽으로 강릉시, 서쪽으로 정선군, 남쪽으로 삼척시와 인접하고, 동쪽은 동해바다와 접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지형은 신생대 제3기의 묘곡운동에 의한 지각운동의 결과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이 되는 태백산맥의 지맥들이 동해안 가까이 뻗어있고, 청옥산 두타산 백봉령 등이 남북으로 달리며, 서쪽에 비해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나 해안지역에는 일부 저위구릉지가 발달되어 있다. 시의 북부에는 마상천, 서부에 신흥천, 중부에 천곡천과 평릉천, 남부에 전천이 흐르고 있고, 마상천과 전천 유역에는 크지는 않지만 충적지가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해안은 암석해안으로 해식애를 이루고 망상 일대에는 사빈해안이 넓게 발달되어 있다.

동해시는 수려한 산과 계곡, 동굴, 해변을 품고 있는 도시이다. 특히 무릉계곡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 봐도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무릉계곡에는 천년 고찰 삼화사가 자리하고 있고, 등산로 또한 여러 코스가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또 하나의 볼거리이자 체험학습장인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두타산과 청옥산 등의 동물과 식물, 곤충 그리고 계곡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등의 식생자원을 전시하고 이에 대한 학습과 관찰 및 만들기체험 등의 학습프로그램을 곁들이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리라 확신한다.

천곡동굴 또한 좋은 자원이다. 삼척의 환선굴이나 관음굴에 비해 볼거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람객이 이어지는 것은 도심지 내에 있다는 유리한 교통접근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볼거리는 빈약하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석회암지대에 서식하는 식생자원을 소재로 한 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굴 위쪽의 공간을 확보하여 산림욕장과 함께 식물원과 같은 개념의 박물관을 건립한다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외래객들의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으리라 기대한다.

2-3. 문화예술적 환경… 선사고고박물관, 유교문화박물관, 서화(書畵)박물관

동해시는 1980년에 탄생한 신생도시이지만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모여 살만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1996년 관동대학교박물관에서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유적, 유물의 이름만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선사고고 유적현황

- 구석기 : 구호동유적, 발한동유적, 송정동유적, 동회동유적

- 신석기 : 망상동유적

- 청동기 : 망상동, 초구동, 괴란동, 천곡동, 쇄운동, 단봉동, 구호동, 추암동, 북평동, 구미동 유적, 이로동 지석묘 유적, 부곡동 지석묘유적, 송정동 지석묘 유적

- 초기철기 : 망상동 유적, 송정동 유적

2. 고분 유적현황

-구호동고분군, 추암동고분군, 천곡동고분군, 평릉동고분, 삼화동고분, 과동고분(용묘)

3. 불교문화 유적현황

-사지 및 사찰 : 삼화사, 중대사지, 지상사지, 감추사, 지흥사지, 관음사지, 은선암지, 이로동사지, 귀운동사지, 내동사지, 쇄운동사지

- 석탑 및 석조물 : 삼화사 삼층석탑, 지상사지 탑재와 석탑, 이로동 및 내동사지 석탑

- 불상 : 삼화사 철불과 목조불상, 지상사 철불

- 부도 및 비 : 원동당대선사 부도 및 비, 운암당상준대사 부도

4. 유교문화 유적현황

-향교 : 동해향교

-서원 : 용산서원, 경행서원, 송음서원

-사우 : 강릉김씨재사(추원재), 영사재, 영일정씨재사(영소재), 삼척심씨재사, 강릉최씨묘 각(추원재), 경운재, 망제각, 밍양박씨묘각(봉사재), 덕천재, 경모재, 무릉재, 경사재, 광천재, 지상재, 문간사, 보본사

-누정 : 해암정, 만경대, 영모정, 금란정, 호해정, 애연정, 영호정, 범사정, 옥석정

-효열각 : 홍양해효자각, 김응위효자각, 처녀열녀최씨지비, 양세삼효녀각, 풍기진씨효열각, 옥천이씨열녀각, 삼척김씨열녀각, 최용재효자각, 이대의효자각, 고봉익효자각, 남 양홍씨열녀각, 장인국효자각, 최진후효자각, 남양홍씨열녀각,김보현효자각,연일 정씨열녀각, 문희주효자각, 정현섭효자각, 삼척김씨열녀각, 최병달효자각,김겸효 자각, 홍재남효자각, 가응김씨열녀각, 사세열효비,울진장씨열녀각,삼척김씨열녀 문, 영일정씨효자효부각, 삼척김씨열녀문, 양세덕효각

-선정비 : 관찰사이유신영세불망비, 부사이최중선정비, 부사홍명한거사비, 부사이유응영세불망비

-기적비 : 송재홍응부신도비, 우해김진성송덕비, 사인최세현, 최필현공덕비, 삼일만세기념비, 신재공유허비각, 강릉김자현유허비, 울진장천영선생추모비와 찬양각, 김기권 추모비, 진주군삼척심공신도비, 정사생갑계기념비, 옥람한일동선생기적비, 향토 수호탑, 약천남구만시조비

5. 관방유적, 도요지, 기타 유적현황

-성지 : 두타산성, 고현성(장한성), 용정고성

-봉수지 : 어달산봉수, 초록당산봉수

-도요지 : 이로동도요지, 비천동도요지, 신흥동도요지

-기타 : 부곡동 입석, 전 양사언석각

6. 전통건축 현황

-주거건축 : 김형기가옥, 심상렬가옥, 김동성가옥, 김창남가옥

-누정건축 : 해암정, 만경대, 호해정, 애연정, 금란정, 영모정

-불교 및 기타건축 : 삼화사, 영사재

문화유적 분포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동해시의 경우 선사고고유적과 유교유적이 가장 많다. 이러한 유적지에는 다양한 유물이 남아있다. 유물이 많이 있으면 이 유물을 잘 보존관리하고 조사연구하기 위한 박물관의 건립이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해시에서는 선사고고박물관과 유교박물관의 건립이 요구된다.

선사고고자료를 소재로 한 박물관은 동해안지역에서는 양양군의 오산리선사박물관이 유일하다. 이곳은 선사시대 가운데에서도 신석기시대 중심의 박물관이다.

동해시의 경우 구석기부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아우르는 유물과 함께 고분유적도 상당수 존재하므로 이것을 고고유물과 연결하여 선사고고박물관으로 건립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은 가능하면 유물발굴이 많았던 북평산업공단 지역에 자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단지역의 삭막함을 유적공원과 박물관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국도변에 위치하여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동해시에서 선사유적 다음으로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것이 유교문화재이다. 우리 민족은 수백 년 동안 유교문화 속에 살아왔기에 전국 곳곳에 유교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고 그런 측면에서 동해시만의 독특함을 선보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영동지역에서는 유교문화에 초점을 맞춘 박물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현전하는 효자 열녀 효부 등의 얼을 기리는 효·열 비석만도 30여 개나 된다. 오죽하면 효가리(孝街里)라는 지명(地名)까지 생겨났을까.

이런 비석을 한자리에 모으는 한편 남아있는 사대부가의 집과 누정을 복제하여 야외에 전시하고, 유교문화와 관련되는 다양한 유물을 실내 공간에 전시한다면 영동지역, 좁게는 강원남부지역의 유교문화적 특성을 드러낼 수 있고, 그것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은 효가리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해시의 예술활동 가운데 두드러진 분야는 서예이다. 영동지역의 걸출한 서화작가를 살펴보면 동해시 출신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작가는 만재 홍낙섭, 옥람 한일동, 계남 심지황이다. 그리고 동해시에 머물며 이분들과 교유하면서 서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 소남 이희수와 해강 김규진의 작품을 중심으로 서화박물관을 건립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서화박물관은 시내 어디에 있어도 좋겠지만 동해시의 유일한 대학인 한중대학교 인근에 건립하고 대학 내에 관련 학과를 설치한다면 좋은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동해시 공립박물관의 입지여건 고찰

현대인들은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있다.

그래서 관광의 행태도 집단적인 둘러보기식 관광에서 동아리 혹은 가족 단위의 심층적 체험관광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많은 자치단체에서는 관광자원의 하나로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등 여러 종류의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관광상품이나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박물관을 인식하다 보니 본래적 기능을 망각하기 쉽다.

실제 많은 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수익 창출형 관광자원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된다. 직원을 몇 명 배치하고, 예산을 얼마 투입했는데 왜 매년 적자냐, 이런 식이라면 문을 닫아라.

실제 여러 지역의 시의회에서 이런 식의 질타가 있었다고 들었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박물관은 지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은 하지만 그 자체로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박물관과 전시관의 기능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어사전의 정의로 보자. 전시관은 어떤 물품을 전시할 목적으로 세운 건물이다. 그런데 박물관은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자료를 수집 보존 전시하고, 학술연구와 사회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음에도 박물관을 유물만 전시하고 입장료를 받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21세기를 맞으며 박물관에 대한 기본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박물관의 기능은 유물의 수집과 보존, 전시, 조사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현대에는 관람객들과 시민들의 체험욕구가 크게 증대하면서 박물관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공립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20여 가지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은 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되어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2005년에 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안에는 국공립 문화예술교육시설에 문화예술교육전문 인력 배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포함되었다. 의무배치인력기준을 제시한 동법의 시행령에 따라 전국의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을 1인 이상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동법에 따르면 교육전문인력의 요건에는 박물관 교육전문인력도 해당되며, 실제로 2007년부터 박물관 교육담당자에 관한 인력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의 기능변화를 고려하여 동해시에서도 박물관을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박물관은 교육수요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항이다.

태백석탄박물관의 경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태백산 아래 소도 당골에 위치하고 있다. 태백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선물하고 있어 관람객이 많은 박물관이지만 태백시민들이 찾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시민들을 위한 사회교육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그곳의 전문인력은 본연의 조사 연구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관람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만 행정력을 집중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물관이라기보다 전시관이라 해야 적합하다.

그에 비해 삼척시립박물관은 시내 중심지에 인접해 있다. 더구나 삼척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죽서루와 대형 문화예술회관, 동굴신비관과 동굴탐험관, 태양에너지홍보관 등의 시설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문화관광안내소의 역할을 하면서도 시민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2개, 어른 대상 프로그램 2개를 개설, 운영하는데 관내의 다른 교육기관보다 시민호응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이렇게 박물관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효용가치가 높아질 수도 혹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동해시에서 직접 운영할 공립박물관은 많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내 가까운 곳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큰 불편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라도 훌륭하다. 이미 부지를 확보한 효가리 쪽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가까운 곳이기에 적지가 될 수 있고, 천곡동굴 근처도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동해시의 문화적 특성과 지리적 환경을 내세우며 남부의 효가리와 북부의 망상에 두 개의 박물관을 건립하자고 말하는데 그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열악한 재정의 자치단체에서는 하나의 박물관을 제대로 운영하기도 힘겨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시내 중심지에 하나의 박물관이 들어서고 다른 곳에는 그곳 특성에 맞는 전시관을 지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예를 든다면 묵호 쪽의 해안매립지에는 가칭 <동해전시관>을 지어 동해-일본해 자료, 동해 표류사, 동해 어촌민속 등의 자료를 전시함으로써 묵호항과 회센터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지역특성을 살린 볼거리를 제공하고, 무릉계곡의 경우는 매표소 근처에 <두타산 자연사전시관>을 지어 두타산의 곤충, 식물, 동물 등의 자료를 전시하여 볼거리를 확충하며, 망상에 있는 앙바엑스포 건물에는 <동해시 특산물 전시장>을 꾸며 지역특산물 홍보 및 판매, 그리고 공예품 작가들과 함께 하는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망상을 찾아오신 관광객에게 좋은 추억과 선물을 전한다면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균등한 문화향수권 신장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시민의 사랑을 받는 박물관 건립을 기대하며

우리에게 과연 박물관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문화선진국에서 박물관은 지금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날마다 많은 수의 박물관이 끊임없이 신축되고 있으며 대형 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보통 500만 명을 상회한다. 양적인 팽창 못지않게 질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모든 박물관들이 대중적인 저변확대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관람객과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박물관은 퇴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물관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시기에 건립되는 동해시의 박물관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을 왜 건립해야 하는지 그 존재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런 토대 위에서 관람객과 시민들의 사회적 요구와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늘날의 박물관이 직면한 과제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거나, 이러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문화발전·교육·관광 측면에서 과거보다 더 광범위한 기능과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단계부터 전문가에 의해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자치단체에는 옷을 먼저 만들고 그 옷에 몸을 맞추는 식으로 박물관을 건립해 왔다.

전문가 그룹이나 시민들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물관에 대해 문외한인 공무원에 의해 건물을 먼저 짓고 전시유물을 구입(수집)하여 전시한 다음 개관 전에서야 직제를 만들어 승인받고, 전문직인 학예연구사가 채용되는 수순이다.

그렇게 하여 건립된 박물관이라 본래의 목적대로 기능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뒤따르고 그로 인해 운영예산도 커지게 되어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 “애물단지”로 전락되는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정석대로 해야 한다.

그 수순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박물관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 채용한 다음- 전문가의 자문과 시민공청회를 통해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 - 전시기본계획안 도출, 실시설계 완료 - 건축설계 및 시공 - 전시공사 - 준공으로 마무리 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전문성있게 검토하고 시민참여형 절차를 거처야 비로소 시민에 의한, 시민의 박물관으로 태어날 수 있다. 동해시에서 건립하고자 하는 박물관도 이렇게 시민들의 사랑 속에 태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