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지역을 돌아보면 역사적으로 돌아볼 현장과 설화가 많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한-일 관계에 따른 역사적 상흔이 도처에 남아있다.

양민을 괴롭히던 왜적과 맞서 싸우던 호장이 죽어서 문어가 되어서까지 왜군을 물리쳤다는 설화를 지닌 까막바위, 두타산성에서 왜적과 용맹히 맞서 싸운 의병장 최원흘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임진왜란 전투에서 피를 흘린 두타산성의 전란현장을 통해 생겨난 지명유래도 많다. 관련왜군과 싸울 때 화살이 수없이 쏟아졌다해서 이름 붙여진 전천(箭川), 왜적과 싸우다 죽은 사람들이 핏물이 강을 물들였다해서 이름 붙여진 피수구미, 왜적과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머리가 수없이 떠내려오다 걸렸다해서 이름 붙인 대구리 다리, 전사한 의병과 왜병의 피가 소를 붉게 물들여 팥과 같이 붉은 소라 하여 팥소라 한데서 비롯된 이로동의 파소 등이 그것이다.

김시래 시집『돌이고 싶어라』에는 동해지역의 주요 장소를 시화한 많은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장소의 역사성과 향토성에 주목한 것이다. 위의 작품은 과거의 역사적 현장으로 재구성된 전천강을 보여준다.

두타산을 경계로 하여 신라와 고구려의 각축이 심했던 동해지역의 옛 땅으로 화자의 시선을 옮겨간 것이다. 지역의 역사의식과 역사현장에 대한 긴밀한 반응은 지역문학에서 절실하게 요청된다.

동해지역은 묵호항(묵호항은 무연탄, 시멘트, 수산물, 유류, 여객선, 잡화 등의 화물수송을 담당한다. 묵호항 ~울릉도간 정기 여객선과 독도유람선이 취항하고 있다)과 동해항(1979년 공업항으로 개항된 동해항은 1986년 개칭전까지는 북평항으로 불렸다.

포화상태에 이른 묵호항을 보완하여 영동지방에서 생산된 시멘트의 출하를 위해 건설했다. 규모면에서는 부산항·인천항·포항항·울산항 다음으로 큰 항구이이며, 취급화물은 유연탄·코르크·망간 등의 수입과 시멘트?백운석 수출품이다.

동해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일본 사카이 미나토항 간 국제 여객선 취항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처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제항만을 두 개씩이나 보유한 항구도시이다.

해안의 깊은 수심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대형선박들의 출입항을 용이하게 하면서 항구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동해지역의 역사적 순간과 현장에 대한 시인들의 역사의식과 대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시는 문학장르 중에서도 순간을 포착하여 창작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문학장르이다. 따라서 시인들은 지역사회의 역사적 사건들을 주목하고 기록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쉬운 사례를 하나 들자면 동해항에 취항한 금강산 유람선이다.

1998년 11월18일 북한 장전항으로 가는 금강산 유람선이 첫 출항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은 바 있다. 북한으로 향한 문이 열리는 첫 감격의 순간, 통일에 대한 기대, 통일 지향 등의 과제를 다룰 수 있었다.

2001년 6월 27일 중단되기까지 2년 7개월간 북한으로 가는 창구 역할을 한 사실은 동해지역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큰 이슈였다. 유람선을 둘러싸고 각종 문화행사가 개최되었지만 시작품의 생산은 없었다.

이에 앞서 1995년 6월25일 동해항에서는 2천 톤의 쌀을 북한 청진항으로 수송하는 씨아펙스호의 출항식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태극기를 단 선박이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동해항에서는 쌀, 시멘트 등의 물자 수송과 경수로 지원 사업이 꾸준하게 진행될 만큼 통일한국을 향한 창구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