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삼척개발주식회사는 장성탄광, 도계탄광의 개발과 때를 같이해 1937년 도계-묵호항 간 42km구간에 철도를 개설한다.

장성과 도계에서 캐낸 석탄을 묵호항으로 수송하기 위해서이다. 1941년 8월 11일 개항된 묵호항은 동해안 최대 무역항의 명성을 누리면서 태백과 삼척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의 수송을 전담했다. 장성과 도계 지역의 석탄산업은 철도 개설 이후 활기를 띤다.

태백 지역의 석탄을 묵호항으로 수송하려면 태백시 통리-삼척시 도계 간의 약 400m가 넘는 해발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했다. 1940년 8월 개통된 철암-묵호항 노선 중 통리-심포리 구간은 완전한 철도가 아닌 강삭철도(鋼索鐵道, Cable-Railway)가 설치되었다.

심포리-통리 구간의 급경사를 기차가 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계서부터 헐떡이며 산 정상을 향해 치닫던 증기기관차는 심포리에 오면 주저앉고 만다. 경사각 25%의 가파른 산기슭은 태백준령의 도도함이기도 하다. 심포리-통리 구간의 수직 219m의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1939년 국내 유일의 로프형 철로인 강삭 철도가 설치됐다.

강삭철도는 강철 줄에 화물열차를 팽팽하게 연결하고 언덕 위에 설치된 권양기에서 기차를 끌어당기는 시설이다.

통리-심포리 구간에는 두레박식의 강삭철도가 설치됐다. 강삭철도는 태백이나 도계 지역에서 흔히 인클라인 철도로 불렸으며, 일본인들은 ‘마끼’라고 불렀다. 일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탄광 현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도 권양기를 ‘마끼’라고 불렀다. 강삭철도는 1877년 스위스에서 처음 건설된 이래 등산이나 관광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심포리-통리 구간에는 두 대의 권양기가 설치되어 끌어올릴 때는 750마력 권양기를, 내릴 때는 450마력 권양기를 사용했다. 강삭철도로 운행하는 기차는 화물열차에 한했다. 객차는 무거워서 끌어올리지 못했다. 따라서 승객들은 통리재의 심포리-통리 1.1km구간을 걸어서 다음 기차로 옮겨 타야 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걷는 승객들은 등산하듯 걷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 뜀박질을 해야 했다. 당시 여객열차는 지정좌석제가 아니었으므로 빨리 차에 올라타면 좌석표이고 늦으면 입석표였던 셈이다. 통리역이나 심포리역에서는 여객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다음 역을 향해 치뛰고 내리뛰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짐이 있거나 노약자인 경우는 선착순 좌석을 꿈도 못 꿨다. 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짐꾼이었다. 짐꾼은 승객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 주었으며, 노약자를 지게에 짊어지고 날랐다. 강삭철도가 심포리-통리 간 짐꾼이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었다. 짐꾼들은 20kg 정도의 짐을 날라 주면서 당시에 400~500원을 받았다.

심포리-통리 구간은 경사가 가팔라 겨울철에는 특히 더 힘들었다. 보릿고개보다 통리고개가 더 높다는 말이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겨울에는 미끄럼 방지용 새끼줄이 등장했다. 겨울철의 짐꾼들은 짐을 나르는 일 외에도 새끼줄을 팔아 생계에 보탰다. 통리재의 겨울철은 짐꾼들에게 있어 성수기였다.

미끄러운 눈길 빙판길을 무사히 지나려면 신발 아래 동여 묶는 새끼줄은 필수품이었다. 새끼줄마저 귀한 시절이니 도착지역에서는 새끼줄을 회수하여 다음 승객에게 되팔았다.

강삭철도 주변으로 승객들이 걷던 초기의 겨울에는 새끼줄을 묶었으나 차츰 날카로운 쇠판을 발밑에 부착하는 ‘사갈’로 대체되었다. 사갈은 산에 오르거나 얼음 위를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밑바닥에 못을 박아 신는 나막신이었다.

강삭철도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심포리-통리 길목엔 술집과 식당까지 들어섰다. 한여름엔 냉찻집이 인기를 끌었고, 야바위꾼까지 등장하면서 큰 장터를 방불케 했다. 심포리-통리 구간에는 승객들과 고개 오르내리기를 함께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짐꾼이 100여명이나 되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1950년대 초에는 권양기에서 끌어올리던 로프가 끊어지면서 수십 명이 부상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국가 정책에 의해 식탄 증산이 시급해지면서 원활한 석탄수송이 지상과제로 등장했다. 그리하여 강삭철도 대신 통리-심포리 간 터널이 1963년 5월 30일 개통된다. 터널 개통으로 숱한 삶의 애환을 매고 오르내리던 강삭철도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짐꾼들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터널이 개통되고도 열차 운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1970년대까지도 영동선 여객열차는 석탄화차를 함께 매달고 다녔으므로 도계에서 통리를 오르는 길은 기관차마저도 힘에 부쳤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터널 길이 1,100m의 ‘산골터널’에서 과열된 디젤기관차가 엔진을 식히려고 정차하기 일쑤였다. 터널 안에서도 정차하고 나면 열차 안으로 새카만 석탄 연기가 밀려들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유연탄을 원료로 하는 증기기관차에 의해 운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널을 지나는 열차여행을 하고 나면 코와 입에서는 새까만 탄가루가 가득 묻어나던 시절이었다. 심포리-통리 구간을 다닌 기차여행객의 몰골은 마치 탄을 캐던 광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