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은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온국민을 눈물짓게 하고 모두를 하나로 묶어 다 함께 기도하게 했던 그 사건이 있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우리의 아까운 46명의 장병들이 수장된 가슴 아픈 날이다.

그 몇일 동안 우리 모두는 46명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한마음으로 얼마나 바랐었던가!

나 역시 생존율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저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서툰 기도를 하며 뉴스에 귀 기울였다. 오늘은 한명이라도 구출했을까? 시신이라도 한 구 발견했을까? 생사라도 확인했을까?

“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는 지시는 모두의 눈가가 짓무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이 절절했었다.

결국 귀환하지 못한,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아들이며, 동생이었을 그들을 떠나보낸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유족들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천안함’이라는 사건을 기억하며 애달프게 떠올리고 살아가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날의 그 의지와 그 분노는 서서히 잠잠해지다 이윽고 지워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한동안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하고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그 일들이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일이든, 얼마나 큰일이든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급기야 지워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또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에 부딪힐지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평화로운 우리 바다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 꽃다운 장병들이 희생되고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그렇게 큰 고통이 찾아오리라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혹은 서울에서, 부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도 군에서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지만 우리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아픈 기억, 우리의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미지근한 생각들이 빚어낸 비극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며 46명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3월 26일이 다가오면서 다른 사람들 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몇 백배나 아픈 봄을 보내고 있을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희생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릉보훈지청 김 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