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는 작부가 없는 대폿집, 작부가 있는 니나놋집, 그리고 기생이 있는 방석집이 있다. 방석집을 색싯집, 기생집, 요릿집, 요정 등으로 불렀다. 탄광촌이 호황을 이루면서 방석집은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태백 탄광촌에는 국내 3대 요정으로 손꼽히는 고급 방석집까지 들어섰다.

탄광촌의 술집이 성황을 이룬 것을 말해 주는 얘기가 있다. ‘집집이 먹을 것이 없어 솥뚜껑에 개가 앉아있어도 니나놋집이나 방석집에는 손님들로 흥청거렸다’는 말이 잘 대변한다.

술집의 고객은 서열이 있었다. 영월군을 예로 들면, 영월광업소가 최고였고, 그 다음이 영월 화력발전소, 대한중석의 차례로 서열을 매겼다. 그만큼 탄광의 형편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좋다는 것을 보여 준다. 탄광촌에서 성행하던 니나놋집과 방석집의 차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같은 술집이라도 실내의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1970년대의 니나놋집에서는 둘씩 혹은 셋씩 앉는 긴 나무의자이거나,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방석집은 병풍을 두른 안방 같은 분위기에다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나 내놓는 고급스러운 방석이 비치돼 있었다. 방석집이라 부른 것도 바로 그 방석에 앉아 술을 마신다는 데서 기인한다.

같은 작부(酌婦)를 두고도 부르는 호칭이 달랐다. 니나놋집에서는 술꾼들끼리 얘기할 때는 기생, 작부 앞에서는 색시라고 불렀다. 방석집을 색싯집이라고도 하는 것은 기생을 색시라고 부른 데서 기인한다.

나이와 복장도 차이가 났다. 니나놋집의 작부들은 대체로 30~40대의 나이에다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방석집의 기생들은 10~20대의 나이에다 새색시처럼 짙은 화장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술집을 드나드는 고객도 달랐다. 니나놋집은 광부들이 드나들던 서민적 술집이다. 이에 비해 방석집은 탄광촌의 재력가인 탄광업주, 탄광 간부, 탄광 납품업자, 매탄업자, 탄광 감독 공무원 등이나 드나들던 상류층의 술집이다.

마시는 술의 종류도 다르다. 니나놋집에서는 광부들이 탄가루를 씻어내겠다고 막걸리에다 돼지고기를 안주로 삼았다. 막걸리가 아니면 소주를 마셨다. 방석집에서는 막걸리란 아예 없었고, 소주도 구경하기 어려웠다. 당시 그 비싼 맥주를 마시거나 양주를 마셨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맥주를 마신다는 것은 높은 신분을 드러내는 척도이기도 했다.

방석집에서는 맥주를 마시면서 안주로는 백숙을 먹었다. 또 방석집에서는 ‘두 바퀴를 돌렸다’라거나 ‘세 바퀴를 돌렸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맥주를 한 병 마실 때마다 빈 병을 방안 사방에 차곡차곡 세워 돌리는 데서 나온 말이다.

차례대로 방안을 돌려세웠을 때 한 바퀴 돌았는가, 두 바퀴 돌았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비싼 맥주를 많이 마신 자랑이 되는 셈이다. 두 바퀴 돌렸네, 세 바퀴 돌렸네 하고 으스댔다. 여러 바퀴가 돌아갈수록 방석집에서는 빈 맥주병을 팔아먹는 부수입이 짭짤했다.

술값의 계산 방식도 달랐다. 니나놋집은 손님이 먹은 술병이나 안주에 따라 계산된다. 그런데 방석집에서는 먹고 마시는 양과 상관없이 사전에 상차림으로 결정된다. 술상 단위로 값을 매겼으므로 술상을 주문할 때는 미리 얼마짜리의 상을 차릴 것인지 결정했다.

광부들이 니나놋집에서 마신 1년 술값이라야 고급 방석집의 하루 술값에도 못 미쳤다.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은 광부가 아니라 방석집이나 탄광업주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광부들로서는 고급 방석집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안주를 놓고 보아도 그 차이가 크다. 니나놋집에서는 안주 값을 아끼려고, 먹던 안주용 국거리를 다시 데워 달라고 한다. 방석집에서는 한 상을 차려 놓고 먹다가 일행 중 한 명이 흥이 나서 ‘내가 한 상 낼게’ 하면 , 다 먹지고 않은 상인데도 음식을 내어 나가서는 새로운 상을 차렸다.

호화로운 음식이나 안주를 보면 방석집은 술집이라기보다는 요릿집에 더 가까웠다. 니나놋집과 방석집의 술값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났으므로 출입하는 고객의 부류가 달랐다.

흥을 내며 노는 것도 달랐다. 니나놋집에서는 작부들이 젓가락 장단으로 흥을 돋운다. 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는 목청을 키우거나 냄비나 양은으로 된 식탁을 우그러지도록 두드려대는 것이 전부이다. 반면에 방석집에서는 기생들이 노래 솜씨도 일품이거니와 흥을 돋우기 위해 거문고, 장구, 가야금 등의 악기를 사용하였으며, 부채춤 공연에 밴드 반주까지 등장한다.

니나놋집과 방석집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 탄광촌이 호황이던 시절에도 광부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광부들에게 있어 돈 구경이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탄광촌의 경기가 좋게 보인 것은 지역주민들의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탄광촌의 호황에 얽힌 이야기는 주로 방석집의 풍경을 통해 회자되곤 했다.

방석집에서는 탄광개발과 운영 또는 탄광사고 등과 관련한 뇌물성 접대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고급술과 안주로 흥청거렸다. 광구 투자를 위해 전국서 모여든 탄광 개발 투기꾼들도 방석집으 주된 고객이었다. 흥청거리는 탄광촌 술집에서의 돈 씀씀이는 탄광촌의 호황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