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 즐비한 방석집만 봐도 탄광에서 떼돈을 번 사람들이 얼마나 흥청거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석탄산업합리화 전년도인 1988년만 해도 경북 문경에는 6천 명의 탄광노동자가 있었다. 문경에는 유명한 방석집들이 많았는데 특히 점촌 지역에 유달리 술집이 많았다. 극장식 회관 아마존이 240명의 종업원을 거느렸다는 규모라든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방석집 이화장은 문경의 경기를 반영한다.

영월군 북면의 마차지역은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탄광촌이 형성된 곳이다. 1935년 개광된 영월탄광을 중심으로 탄광촌을 형성했으며 마차지역이 전성기였을 때는 탄광노동자만 4천여 명에 이르렀다. 영월에는 영월화력발전소까지 있어 석탄의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졌다. 영월 지역이 탄광촌을 형성하면서 이곳 또한 방석집들이 늘어났다. 특히 영월의 수원관에 대한 명성은 전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혔다.

탄광노동자 규모 면에서 문경의 3배, 영월의 5배에 이르는 태백은 방석집들이 넘쳤다. 태백의 황지지역에 방석집들이 밀집되어 탄광촌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대구관, 은호정, 유락정, 황춘옥관, 통일관 등 요정 50여 개가 들어서서 애주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황지를 거쳐 가지 않으면 기생 될 수 없다.’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로 요정은 번창했다.

특히 1964년 문을 연 황지의 대구관은 경주의 요석궁, 영월의 수원관과 더불어 국내 3대 요정으로 꼽혔다. 서울의 요정들을 제외한 비교 수치이긴 해도 탄광촌 방석집의 수준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태백에서 대구관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라든가, 술 접대를 대구관에서 받은 게 아니면 제대로 된 술을 대접받았다고 자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기생들 사이에서는 대구관을 거쳐야 서울에 가서 제대로 된 기생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의 기생들이 황지 대구관에 오면 떼돈을 번다는 소문에 줄을 서면서 대구관에는 예쁘고 재능 있는 기생들로 넘쳤다. 대구관의 기생은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장구와 거문고 등 악기를 다루는 풍류가 있었다. 대구관은 150평의 공간에 기생 60여 명을 두었는데 전성기에는 100여 명에 이르렀다. 겨울철 하루에 연탄 1백 장을 사용하고, 연탄 갈아주는 일만 하는 고용인을 따로 두었을 정도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구관과 얽힌 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하루는 하청탄광 사장이 지폐 다발을 들고 와서 술을 마시다가 선풍기를 돌린 일화는 전설처럼 나돌았다. 선풍기 바람 위로 지폐를 마구 뿌리면 기생들이 달려들어 허겁지겁 줍는 것을 보면서 즐겼다. 선풍기 바람에 날리는 팁을 줍고 싶은 기생은 누드차림으로 참가해야 했다고 한다.

또 마대자루에서 잡히는 대로 팁을 주던 일화도 있다. 황지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던 탄광을 경영하던 유모 사장은 술을 마실 때도 돈이 담긴 마대자루를 끼고 마셨다. 당시 많은 탄광업자는 탄을 팔고 수금한 돈을 정리하지 않은 채 마대자루에 담아서 들고 다녔다. 뒤죽박죽 담겨 있던 마대자루의 돈들은 다음날 아침에야 경리과 직원의 손에서 정리되었다. 유사장은 주흥이 한창 오르면 기생을 불러 팁을 주기 시작하는데 손가락으로 세는 적이 없었다. 마대자루 속에 손을 넣어 뒤죽박죽 담긴 돈을 잡히는 대로 꺼내서 줬으니,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마구잡이로 꺼내서 주는 팁에 기생들은 ‘최고’를 연발할 뿐이었다.

광업소 초급관리자나 하위직 공무원이 벼르고 별러 대구관에 찾아갔다가 공술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마담으로 통하는 대구관 주인(김정희, 93년 작고)은 “자네들이 무슨 돈이 있어 여기서 먹겠나, 내가 한 상 차려줄 것이니 그냥 놀다가게” 하면서 공짜로 큰 상을 차려주었다. 대구관 마담은 그만큼 통도 크고 인정도 있었다. 이렇게 맺은 인연은 나중에 이들이 다른 손님들을 대구관에 소개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고, 이들이 승진했을 때 큰 고객이 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대구관 마담은 통 큰 여자였으며, 사업수완도 놀라웠다. 그녀에게는 분명히 카리스마가 있었다. 새로운 기생이 오면 안방에 있는 자신의 대형사진 앞에서 한복을 입고 큰절을 하게 한 일이라던가, 당시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광업소 소장들을 요리하듯 주무르던 수완 등이 그것이다. 또 손님으로 찾아왔던 중앙의 고위 공무원이나 지역 유력 인사들과 인연을 맺어 나가는 수완을 보면 혀를 두를 정도였다. 검찰청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오면 데리고 있던 기생들과 하룻밤 인연을 맺게 했다. 다음날부터는 그 고위직들을 ‘내 사위’라고 부르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러한 인연의 맥이야말로 대구관을 전국 최고의 요정으로 등극시키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대구관은 한때 태백에서 일어나는 요정 정치의 핵심이자 권력의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장소였다. 탄광의 몰락으로 문을 닫기까지 탄광촌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함께해 온 대구관에 얽힌 이야기는 아직도 태백의 전설처럼 남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구관이 문 닫을 때까지 몸담았던 마지막 기생 중 한 명은 떠나지 않고 계속 태백에서 살았다. 그녀는 2000년대 초까지 태백에서 룸살롱을 경영했다. 대폿집이든, 니나놋집이든, 방석집이든 모두 석탄산업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니 탄광촌과 술집은 인연을 끝까지 함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