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온다.’는 것은 미세한 탄가루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공통이 터지거나 천장 암반(天盤)이 무너지기 전에 나타난다.

1996년 태백시 연화동에 소재한 한보탄광(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의 물통사고로 15명의 광부가 매몰되었을 때도 세상이 떠들썩했다.

모두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구조를 진행하는 7일 동안 연일 전국적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보광업소의 사고는 탄광업계에 일파만파 영향을 미쳤다. 석탄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많은 광업소의 폐광설이 나도는 시점이었으므로 탄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당위성을 얻었다. 게다가 탄광인력난을 심화시켰다.

사고가 난 그달 한보광업소와 같은 태백시에 소재한 장성광업소에서는 광부 신규지원자의 서류 합격자에 대한 면접이 있었다. 그런데 면접 날 전원이 지원을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위험한 탄광 일에 대한 일반인들의 두려움을 탄광사고가 실감 나게 보여준 셈이다. 대형 탄광사고 직후에는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들마저 퇴직하여 숙련 광부의 부족현상을 가져왔다.

한편 1982년 8월 20일 황지광업소 하청인 태백탄광에서 생겨난 물통사고는 유명하다.

4명의 광부가 지하 250m의 탄광막장에 갇힌 채 지하수가 불어나는 막장,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좁고 어두운 막장 속에서 보름간 사투를 벌였다.

몸은 허기와 추위에 지쳐갔지만 갱목으로 사용하던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면서 버텼다. 배대창(당시 41세), 김기전(39), 전재운(49), 송신광씨(39) 등 4명의 광부가 15일 만인 9월3일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된 것은 기적과 같았다.
우리나라 석탄산업 역사상 최장시간 매몰 기록을 세운 이들의 투지를 두고 사회에서는 ‘광부의 인간승리’라고 칭송했다.

죽음의 사선을 넘어서려는 그들의 생존의지는 막장정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했다. 광부들은 막장 속에 갇혔더라도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광부에게 있어 막장정신은 삶과 노동현장에서 늘 치열하게 담금질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동반 자살 인터넷 사이트가 존재하고, 우울함이나 비관 같은 사유로도 자살하는 이들이 있는 사회 속에 살아간다.

험난한 고통 속에서도 눈부신 생명을 지켜나가는 광부들을 보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지하 막장에서 죽음과 싸워 이긴 광부, 그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니겠는가! 석탄을 캐려고 죽어가는 광부, 위험을 알고도 막장을 선택하는 광부, 깊은 지층 속에 묻힌 고생대의 숲을 캐는 광부! 그들의 노동에서 신성함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