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서는 탄광사고를 둘러싼 이야기가 가장 큰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특히 사고보상금 처리 문제는 사고 이후에도 오래도록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사고 직후 회사의 꿍꿍이 일 처리라든가, 유족들과 회사의 줄다리기, 유족들의 상속 문제, 처리 후 유족들의 생활상 등은 끊임없는 관심을 끌었다.

탄광 사고가 났다 하면 유족들은 광업소로 우르르 몰려가 사람을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광업소 사무실을 부수기도 하고, 관리자를 찾아 멱살을 잡기도 했다. 그래서 인명 사고가 나면 관리자들이 몸을 숨기는 일이 잦았다.

유족들이 광업소에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한 것은 보상금 협상과도 관련이 있다. 유족 가운데 끗발이 센 사람이라도 있으면 쌀 한 가마니나마 보상금을 더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광업소 측에서는 유족의 배경을 조사하여 보상금에 반영했다. 같은 죽음이라도 배경이 하찮으면 보상금을 적게 받았다.

가족이 죽었다는 슬픔에 잠겨 잠자코 있거나, 유족의 세가 없으면 보상금이 적었다. 그래서 으레 유족들은 광업소를 찾아가 아우성을 쳤고, 일부 유족은 보상금을 더 달라고 협상을 했다. 보상규정이 광부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졌으므로 유족들이 나서서 온몸으로 싸워야 했다. 유족들이 광업소 사무실에서 행패를 부려서 부서진 의자나 유리창 값은 유족 보상금이 지급될 때 공제되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보상금이 더 나왔으니 참으로 어둡고 힘겨운 시절이었다.

사망재해 보상금은 가난한 광부의 아내로서는 평생 처음 만져보는 목돈이었다. 이를 둘러싼 사연도 많았다. 수표를 본 일이 없으니 수표를 받아들고서는 ‘이거 가져가면 돈 되느냐?’라고 묻는 사람에서부터 ‘돈을 달라는데 왜 종이쪽지만 주느냐?’라고 항의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또 탄광촌 아내들은 법에 대해서 문외한일 만큼 순박하게 살았으니 상속 순위를 따져 앞가림을 하지도 못했다. 아내가 상속 1순위였으나 시부모가 나서서 손자 돈이라면서 가로채기 일쑤였다. 당시 사고로 죽든 병으로 죽든 간에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잡아먹었다’는 말을 했다.

남편 죽여 놓고 돈부터 욕심낸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광부의 아내는 보상금을 갖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 물론 시부모가 나서서 돈을 확보하는 것은 며느리가 도망갈까 봐 대비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시댁식구들이 급전을 빌린다는 구실로 보상금을 나눠 쓰다가 탕진하기도 했다. 그런 경우 광부의 아내와 어린 자식은 친척들과도 소원해져서 전보다 더한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종종 발생하는 한두 명의 사망자는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상자도 병원과 미묘한 타협에 의하여 처리된다. 이번에 유족들이 제법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뉴스의 각광을 받도록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유족들은 증언했다.(황석영,「벽지의 하늘」중에서)
같은 탄광사고라 하더라도 전국 뉴스로 알려진 대형 사고는 보상금이 많았다. 유족의 보상금뿐만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겪는 광부들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살아있는 이들 전체에게 보상이 내려지기도 했다. 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대형사고 이후 광부 임금을 45% 인상해준 사례가 그것이다. 이와 달리 영세한 광업소에서는 대형 탄광사고를 겪고 나면 경영의 악화로 말미암아 임금을 줄여야 했다.

사망 보상금을 둘러싸고 광업소가 자행하는 뒷얘기는 탄광촌 주민들에게 가장 큰 화제였지만 늘 귓속말로 전해야 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유족 보상비를 적게 주려고 감독기관을 속이는 구조적 비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탄광사고는 대부분 안전장치의 미비, 허술한 보안 관리, 석탄생산 실적에 쫓기는 작업량 등 탄광노동현장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사고가 나면 보안센터나 노동부 등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그때마다 광업소 측에서는 회사 편이 되어줄 증인을 매수해 놓고 사고 현장을 긴급 보수한 뒤에 검사를 받았다. 그리하여 사고 대부분을 광부 개인의 부주의로 처리했다.

광업소 간부들은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광부들의 입을 막으려고 협박도 하고, 회유도 했다. 증언에 나선 광부는 관리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사망자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에 나서곤 한다. 도급제의 급여 지급 방식은 관리자의 손에 급여가 달렸다. 그래서 동료 광부의 억울한 죽음을 알면서도 동료 편에서 증인을 설 수 없었다. 유족을 위해 증인을 섰다가는 회사에 밉보여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으니 ‘죽은 자는 그렇다 쳐도 산 자는 살아야지.’ 하면서 자위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