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광업소나 도계광업소는 입갱할 때마다 갱 입구에서 보안 요원이나 경비원이 옷, 호주머니, 도시락 가방을 일일이 뒤지면서 인화물질을 검사한다.
갱 출입구에서 적발되면 시말서나 경고 정도에 그치지만, 갱내에서 성냥 하나라도 보안감독요원에게 적발되는 날이면 그날로 파면, 감봉 등의 중징계를 면치 못한다. 그래서 입갱할 때는 자진해서 꺼내놓았다가 퇴근할 때 찾아가도록 갱구 앞에는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인화물질 보관함이 놓여 있다.

1973년 가스폭발로 17명의 목숨을 잃은 정선군 사북지역 동고탄광에는 “본 지역은 갑종탄광 구역으로써 갱내에서는 일체 끽연물(담배, 성냥, 라이터) 소지를 엄금하오니, 종업원 제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위배 시에는 통고안 제1호에 의하여 징계함. 흡연～해고, 소지～1주일 이상 정근”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경찰이 있다고 도둑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억압하면 할수록 반발하는 심리처럼 담배와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광부들은 갱내에서 몰래 피우던 담배의 꿀맛을 못 잊어 했다. 동료까지 죽일 수 있는 담배를, 다이너마이트보다 위험하다는 담배를 기를 쓰고 가져갔다. 담배 수색에 나선 보안감독관과 담배를 숨겨 들어가는 광부들의 두뇌 싸움은 팽팽히 맞섰다.

담배를 숨기는 곳은 장화 속이나 도시락 반찬통 이었다. 나중에 도시락 반찬통까지 단속이 이뤄지자 비닐봉지에 만 담배를 항문 속에 넣는 수법이 등장했다.
어떤 대담한 광부는 개비 담배가 아니라 한 보루를 통째로 들고 들어가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갱내에서는 담배 한 개비가 참으로 귀했다. 그러다 보니 갱내 작업 부서 간의 먹이사슬에 의해 뇌물이 필요할 때는 돈 봉투 대신 담배 한 갑을 건네기도 했다. 담배 한 갑이면 큰 뇌물이었던 셈이다.

골초들은 외부와 단절된 갱내 막장에서 8시간 동안 금연한다는 것을 고통스러워했다. 갱내에서 ‘가스 점검한다.’라는 은어가 있는데, 이것은 갱내에서 피우는 담배를 뜻한다. 담배 피우는 것을 꺼리는 동료가 만류하면 ‘내가 가스 점검해주잖아.’하고 얼버무렸다.

갱내에서는 통기가 잘 안 되어 담배 냄새는 멀리 가기 때문에 흡연 장소를 고르는데도 신중해야 했다.
골초 광부들은 환기가 잘되면서도 관리자들 눈을 피할 수 있는 비밀 흡연 장소를 찾았다. 주로 바람을 등지는 장소를 찾았는데 ‘후앙’이라 부르는 갱내 환풍기 근처가 가장 적합한 장소로 꼽혔다.

1990년대 들어 갱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광부들이 줄어들었다. 갱내 가스폭발로 광부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광부 스스로 안전의식에 눈을 떴다.
담배 피우는 것을 보면 “혼자 죽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까지 죽여선 안 된다.”라며 동료가 적극적으로 말리는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갱내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뿐만 아니라 인화물질의 소지만으로도 해고 처분을 내릴 만큼 엄격했다.

2005년 초 경동광업소 하청에서 담배를 몰래 가져갔던 광부가 적발되어 해고된 사건, 2007년 장성광업소 문곡갱에서 담배를 피운 2명이 해고된 사건은 보안관리가 엄격한 점을 잘 보여준다.

담배를 금기시하는 공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스폭발 걱정 없고 환기가 잘되는 일반 사무실에도 금연 공간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조심조심, 담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