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명승지를 노래한 정철(1536~1593)의 『관동팔경』에서 볼 수 있듯 옛 문인들은 아름다운 명소를 가사로 지어냈다.

김극기(1150~1204)의 강릉팔경시, 안축(1287~1348)의 삼척팔경시는 팔경문학에서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시인에게도 현대적 감각에 맞는 지역의 명승 팔경, 십경 등을 시로 노래하는 문학적 유산의 계승이 요구된다.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원 등의 기관이 지역시인에 앞서서 명승 팔경을 만들고 있는 양상은 지역시인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지난 2000년 동해시는 시개청 20주년을 기념하여 명승지 동해8경을 선정한 바 있다.

1경 능파대(촛대바위), 2경 용추폭포, 3경 무릉반석, 4경 망상명사십리, 5경 천곡천연동굴, 6경 만경대, 7경 호해정·할미바위, 8경 초록봉을 선정했다.) 시인들은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찾아 먼저 노래하는 심미적 안목이 있어야 한다. 또한 명승팔경을 통한 팔경시의 창작이라든가 또는 지역의 자연과 지역민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장소에 대한 창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해지역 시인들이 눈을 돌려 돌아볼 자리들은 다음과 같다. 자연경관으로 산(두타산, 청옥산, 쉰움산, 초록봉), 강(전천), 고개(백봉령), 계곡(무릉계곡, 선녀탕, 호암), 폭포(용추폭포), 동굴(천곡천연동굴), 바다(망상, 어달, 한섬, 감추, 추암), 바위(촛대바위, 까막바위, 베틀바위, 할미바위, 노고바위) 등이 있다.

그 외 건축물로는 산성(두타산성), 사찰(삼화사, 감추사)과 정자(추암동의 해암정, 구미동의 만경대) 등이 있으며, 산업현장으로는 묵호항, 동해항, 북평산업단지, 쌍용양회 동해공장(주로 쌍용시멘트로 불리고 있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1968년 준공되었으며,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동해지역문학에선 석회광 노동에 관한 시를 볼 수 없다.), 동부한농화학(구 북삼화학, 동부산업), 북평5일장 등이 있다.

촛대바위는 애국가의 배경 화면으로 등장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명소이기도 하다. 또 약천마을은 남구만(1629~1711)이 잠시 머물면서 창작한 ‘동창이 발갓나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쇼칠 아헤난 여내 아니 니러나냐/재너머 사래 긴 밧츨 언제 갈려 하나니’(『청구영언』)라는 시조의 배경이 되면서 동해지역의 귀중한 문화유적지로 자리했다.

촛대바위가 영상예술 영역에 선택되고, 약천마을을 중심으로 한 발락재와 장밭이 남구만의 시조 배경으로 선택되었다. 이제는 지역시인에 의한 지역의 재장소화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문학적으로 승화하는 것은 지역시인에게 맡겨진 책무인 것이다.

강원지역의 시가 갖는 특질이기도 하거니와 동해지역시인들에게서 드러나는 전반적인 시경향은 리리시즘에 함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상에 치우치거나 작위적으로 끌어들인 시어의 미화라는 창작방식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경관, 지리지명과 장소의 구체성, 생활문화를 통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정체성, 향토성, 풍속 설화 등의 민속과 방언, 문학유산, 산업과 역사 등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제시한다. 구체화되고 특화된 지역을 문학창작의 자산으로 삼을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해양문학, 탄광문학, 통일문학은 동해지역문학이 지닌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다. 이는 동해지역문학의 특성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각종 평론 및 연구활동을 활성화하여 지역문학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 올릴 때 동해지역문학은 한국문학 속에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