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살고 있는 투태네(태균, 태원 형제) 가족은 아빠의 봉사활동에 따라나섰다. 투태네 가족은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에 참가하면서 가족애를 다진다. 봉사활동은 투태네 아빠인 김영주 씨를 비롯한 강릉 공군부대 기체반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강릉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할 장소를 물색한 뒤 팀을 이뤄 자발적 봉사활동에 나선다. 나라를 지키는 일만도 고달픈 공군부대 요원들이 휴일의 시간을 쪼개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 벌써 여러 달이다. 지난 5월19일의 경험은 투태네 가족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토요일 오전 9시30분, 투태네가 찾아간 곳은 강릉시 성남동에 살고 있는 한 독거노인의 집이다. 아파트가 빤히 바라보이는 뒷골목에는 세평도 안 되는 공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생활하고 있었다. 정리를 하기 위해 집에 들어서던 투태네 가족들은 적잖이 놀랐다.
“우리 강릉에도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투태네 엄마는 할아버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시울부터 붉어졌다. 머리를 잔뜩 숙여 방으로 들어갔더니, 환기도 잘 되지 않는 방에서 눅눅한 습기가 훅 풍겨졌다. 도배를 하기 위해서는 살림을 들어내야 하는데, 두 사람이 함께 서서 있기에도 비좁았다. 투태까지 포함하여 8명이서 방 한 쪽 벽에 도열하여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며 짐을 밖으로 옮겼다.
투태네 아빠 동료인 공군부대 아저씨들(박한필, 김민우, 김진호)이 청소를 하려고 장판을 들 때였다. 투태네 엄마가 깜짝 놀라 외마디 비명까지 질렀다. 장판 아래서 바글거리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 투태네 엄마는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도 내내 그 까만색 벌레들이 떠올라 몸서리를 치곤했다.
“이런 곳에서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파요.”
  아저씨들은 방바닥을 쓸고, 방충제를 뿌리고, 장판 깔고, 주방의 곰팡이를 제거하고, 도배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도배를 끝낸 뒤에는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했다. 그때 누군가 ‘자외선 형광등을 설치해 소독이 되도록 하면 어떨까?’하고 농담처럼 아이디어도 내 놓았다. 저마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때 투태네 엄마는 봉사활동에도 분야별 전문가가 한사람씩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배나 전기 분야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새로운 봉사 개념으로 등장한 재능기부가 그런 것일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재능기부에 나선다면 우리사회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형광등을 설치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투태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봉사현장에 한 명씩 투여된다면 좋겠어요. 그럼 안전하고도 더 좋은 방법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낮 12시30분을 넘겨서야 집 정리를 끝낸 투태네 아빠 친구들에겐 미소가 찾아왔다. 집의 상태가 너무 열악하여 힘든 과정이긴 했으나, 정리를 하고나니 할아버지의 집이 한결 산뜻해진 것이다. 할아버지는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둘러보며 무척 기뻐하셨다.
“이런 고마울 데가!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할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두의 마음은 행복해졌다. 지저분하여 엄두가 나지 않던 쓰레기들을 치우고, 주말 반나절 동안 힘들게 일하던 고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저 할아버지의 환한 웃음을 지켜보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에너지가 퍼졌다. 그런 기분이 다시 이들을 봉사하는 일터로 이끄는 것일 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투태네 가족은 계속 봉사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세상에는 우리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며,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이 많다고 말이다. 엘리베이터에 다다랐을 때였다. 태원이가 이렇게 말했다.
“내 통장에 백만 원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면 되잖아요.”
그렇다. 초등학생인 태원이에게는 백만 원이 아주 큰돈일 것이다. 그 큰돈을 떠올리며 태원이는 나눔을 생각했을 것이다. 투태네 아빠 엄마의 봉사활동이 투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은 값진 보상인 셈이다.
그 때 투태네 가족들은 상대성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우리가 오늘 할아버지의 좁은 집을 보고 어떻게 그곳에 살고 있을까 생각했잖아. 어쩌면 재벌들은 우리 집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좁은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할지도 몰라.”
그때 투태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우리 집은 그래도 괜찮을 거야.”
투태네 엄마 아빠는 “정말 그럴까?”하고 여운은 남겼지만, 재벌보다도 더 행복한 것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