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이 씨(베트남 이름은 윙티낌송)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1982년 4월 5일생, 개띠에요”라고 대답한다. 베트남에도 십이지간 동물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동물 보다는 태어난 별자리나, 보석, 요일 등을 쓰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이젠 외국인을 만나도 띠를 물어보지 않던 터였다.
베트남도 한국처럼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기에 우리와 닮은 꼴 문화가 있을 것이다.우리와 닮은 외국 문화를 만나면 반갑고, 다른 문화를 접할 때는 신기하면서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긴다. 이어지는 송이 씨의 설명이 더 흥미롭다. 베트남의 십이지간 동물에는 토끼띠가 없으며, 그 대신 고양이띠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토끼가 희귀하고, 대신 고양이가 친숙하기 때문이란다. 태국과 티베트도 토끼띠의 자리에 고양이띠가 있다. 또 베트남에는 소띠 대신 물소띠가, 양띠 대신 염소띠가 십이지간의 상징동물이라 한다.
송이 씨는 베트남 사람들의 이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처럼 성은 처음에 쓰고, 이름은 뒤에 나온다. ‘윙티낌송’의 경우 ‘윙티낌’은 성인 셈인데, 티는 여자에게만 붙이고 남자 가족에겐 없다. 이름을 부를 때는 ‘송’이라고, 제일 끝 이름을 부른다. 
이송이 씨는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차로 3시간가량 걸리는 윌롱에서 태어났다. 7세 때 경찰이던 아버지(윙낌쾌)를 오토바이 사고로 잃었다. 막내 동생이 태어난 직후였는데, 바로 밑의 여동생은 4세였다.
가장을 잃은 송이 씨의 어머니 장티빼오(58세, 원숭이 띠)는 과일과 계란 행상, 식당일 등으로 자녀들을 키웠다. 세 자매의 장녀인 송이 씨는 고등학생이던 10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고 도시 호치민으로 나갔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가 계실 때는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평온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어머니 혼자 우리 3자매를 키우시는 것은 너무 어려웠어요.”
열여섯 살의 송이 씨는 어머니의 친구가 소개해 준 호치민의 국수집 점원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에 2만 원 정도를 벌어서 가족 부양을 시작했다. 그러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가방을 제조하는 한국계 회사에 취직하면서 한 달 수입은 5만 원 정도로 늘어났다.
이 회사에서 송이 씨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는다. 지금의 남편 노응철 씨를 만난 것이다.
“남편은 여기서는 양띠인데, 베트남에서는 염소띠에요.”
송이 씨는 남편의 착한 성품에 끌려 1년 열애 끝에 결혼까지 약속 했다.
“남편은 마음이 예뻐요. 고향에 있는 어머니, 동생들 모두 함께 살자면서 호치민으로 불렀어요. 남편은 내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해요. 어려운 사람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왔어요. 가난한 사람이 오토바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걸 보자, 남편이 나서서 보상처리를 해준 적도 있어요.”
남편 소개를 하면서 송이 씨의 까만 눈동자는 반짝였다. 착한 남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왔다. 송이 씨는 남편이 베트남 말을 잘해서 처음 만나 연애할 때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2004년, 귀국하는 남편을 따라 삼척시로 들어온 송이 씨. 한국에 온 직후 딸(노현정)을 얻었는데, 벌써 여덟 살이다. 송이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베트남 이름을 딴 ‘이송이’라는 한국 이름도 생겼다.
송이 씨가 결혼하면서 베트남의 친정 살림살이도 조금씩 좋아졌다. 집도 만들었고, 친정엄마가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도 생겼다. 처음에는 매달 얼마만큼의 용돈을 보내드리다가, 친정엄마가 작은 커피숍을 차린 뒤에는 보내드리지 않았다. 8년 동안 1천만원 가까이 친정을 도왔다. 큰 여동생은 네일 아트나 헤어아트에 관심을 가졌고, 막내 여동생은 요리에 관심을 갖고 꿈도 키워나갔다.
호사다마랄까? 친정도 살만해졌는데, 갑자기 비보가 닥쳤다. 2년 전의 일이다. 9세 때부터 콩팥을 앓던 큰 여동생(윙티낌미)의 병이 악화돼 호치민의 병원에 입원해 장기 투병에 들어갔다. 한 달 병원비만 50만원이라는 큰돈이 소요되었다. 병원비가 없으면 동생의 생명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막내 여동생(윙티낌끙)은 언니를 간호하느라 직장생활도 못하게 되었다. 송이 씨는 투병생활을 하는 동생을 위해 직업이 필요했다.
남편은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송이 씨는 동생을 생각하면 병원비가 절실했다. 송이 씨는 남편의 박봉월급을 쪼개 동생의 치료비로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송이 씨가 출퇴근을 위해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자동차의 바퀴에는 아픈 동생의 병원비를 벌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함께 구르고 있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