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엄마가 누구인지 몰라요. 내가 태어난 지 2개월 되었을 때, 친부모가 나를 버렸대요. 그때 양부모님이 나를 거두어주셨어요. 양부모님은 결혼하신 지 오래되었는데도 아기가 없었대요. 마침 어린 애가 버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 보니 어린 내가 아파하고 있더래요. 불쌍하게 여기며 데려다 키우셨어요. 양엄마께서 이웃사람들에게 ‘난, 아기가 없어요. 나 잘 키울게요’하면서 데려가셨대요.”

송이 씨는 입양되었다는 것을 초등학교 무렵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넌 친 딸이 아니야, 메롱 메롱~’하고 많이 놀렸어요.”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송이 씨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은 더 커졌다. 양부모는 송이 씨 입양 뒤에 친딸을 두 명이나 낳았지만, 송이 씨에게 보내는 사랑은 한결 같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송이 씨는 양육의 고마움을 알았고, 양부모님께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송이 씨는 자신이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비밀을 남편에게 밝힌 것은 2년 전의 일이다.양부모가 자신을 키워준 부모이니까, 굳이 비밀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친정을 도울 때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만큼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양부모, 양동생을 위해 송이 씨가 고생하고, 어렵게 번 돈을 보내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말리기도 했다. ‘양부모, 양동생인데 그만큼 했으면 됐잖아. 이젠 그만 고생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잖아.’하는 말들이었다. 송이 씨 자신의 행복을 더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주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어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제 삶도 없는 거였어요.”

한결 같은 송이 씨의 아름다운 마음을 만나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함께 사는 진짜 인정이 뭔가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도 예전에는 집성촌을 이루고 대가족 생활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새 핵가족이 자리를 잡고 말았다. 게다가 핏줄 의식이 강해 입양 풍토가 대중적이지도 못하는 실정이니 우리가 송이 씨의 마음을 다 알기가 어렵다.

“이제는 나를 버린 친 엄마, 아빠를 미워하지 않아요. 내가 아기를 낳아 키워보니까 병든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어요.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하는 그 마음을 알겠어요. 이젠 친엄마 아빠를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엄마, 친아빠를 꼭 만나고 싶었어요. 왜 나를 버렸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했다는 송이씨. 하지만 아이를 낳이 키우면서 부모의 무거운 자리를 알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면 버렸을까, 하는 이해심도 생겼다. 2011년 12월 동생 병문을 위해 베트남에 찾아갔을 때 친아빠 벤을 만났다. 30년 만의 만남이었다.

“왜 저를 버렸어요?”

송이 씨는 아빠를 만나자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 말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송이 씨. 그 말을 묻기 위해 송이 씨는 친아빠를 그렇게 애써 찾았던 것이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아빠는 송이 씨의 물음에 미안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개를 푹 떨군 아빠는 30년 만에 나타난 딸 앞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었다. 아빠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모든 원망이 다 사라졌다. 그저 아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송이 씨의 친아빠는 소를 키우고, 오리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통’(24세)과 ‘이’(22세)라는 두 아들도 있었다. 배다른 남동생인 셈이다. 동생들과는 쉽게 친해졌다. 벌써 두 번이나 만났다. 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않았으니 서로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밤새 얘기하곤 했다. 요즘은 매일 휴대폰 문자로 동생들과 연락하면서 지낸다. 친아빠와도 1주일에 2~3번 전화 통화를 한다.  “지금 남동생은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어요. 나중에 한국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대요.”

친엄마는 10년 전 쯤 공항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이모라고 불렀다. 친엄마와 몇 개월에 한 번씩은 전화 통화를 한다. 친엄마가 다른 남편과 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전화하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이 씨는 잘 살지 못하는 아빠에게는 불쌍한 마음까지 들어서 더 자주 전화한다.
“잘 살고 있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아요. 아빠는 불쌍하잖아요.”

키워준 엄마하고는 매일 전화로 대화를 나눈다. 베트남 선불전화카드를 구입해서 전화를 하기 때문에 많은 요금이 나오지는 않는다.

“처음엔 한국 돈을 몰라서 오래도록 통화했어요. 전화요금이 50만원이 나오기도 했어요. 나는 50만원이 얼마나 큰돈인지도 몰랐어요. 나중에야 그 돈이면 베트남에서 중고 오토바이를 살 수 있는 큰돈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제는 통화를 오래하지 않고 금방 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