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이브와 마리아 두 명이라고 한다. 이브에게는 시어머니가 없고, 마리아에게는 며느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개다. 그만큼 고부간의 갈등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고부간 갈등이다. 한국인 시어머니가 다른 나라의 시어머니보다 무섭고, 며느리 간섭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의 고부간 갈등이 커지는 데는 남편의 태도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오직 남편 하나 믿고 낯선 외국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은 고부 갈등만 생기면 외로워진다고 한다. 아내와 시어머니 간에 갈등이 생기면 남편은 옳고 그름을 떠나 항상 시어머니 편만을 들기 때문이다. 아마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의 예의 문화이기도 할 것이다.

송이 씨는 고부간의 갈등 문제를 겪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송이 씨는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 송이 씨에게 맑은 웃음이 많은 것도, 말을 할 때 눈치 보지 않고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것도 편안한 가족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시댁에서 눈치를 주지 않고 잘 보살펴 주니까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큰 복을 받았어요.”

송이 씨는 자신의 시댁 환경을 두고 복이라고 표현했다. 시어머니는 송이 씨의 이모저모를 자상하게 챙겨주신다. 시어머니는 송이 씨 친정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먼저 배려하기도 한다.

“친정 엄마 힘드실 텐데 돈을 좀 보내드려라”

시어머니는 송이 씨에게 먼저 말을 꺼내, 베트남에 돈을 보내주라고 얘기하신다. 시어머니가 송금하라고 돈을 주실 때도 있다. 시부모의 자상한 배려는 인정이 많은 송이 씨의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했다.

“제가 번 돈을 베트남에 보내느라, 돈을 못 모았어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요. 친정에다 돈을 보내는 것이 늘 미안해요. 남편보기도 그렇고, 시부모님 보기도 그렇고요. 또 돈을 번다고 밖에 나와 있으니, 딸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송이 씨의 언에 속에는 ‘미안해요’, ‘착해요’, ‘예뻐요’, ‘고마워요’란 말이 참 많다. 송이 씨의 생활과 마음씨를 짐작하게 한다.

시어머니는 친정을 위해 애쓰는 송이 씨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송이 씨가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게 여기셨다. 시어머니는 송이 씨에게 “너무 힘들게 살지 마라.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늘 말씀하신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위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위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푸른 삼척바다처럼 참으로 아름답다.

송이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시아버지께 5만원, 시어머니께 10만원 씩 용돈을 드린다. 하지만 시부모는 송이 씨가 건네는 용돈을 번번이 거절하신다. “살림도 어려울 텐데”라며 한사코 며느리의 돈을 받지 않으려 한다.

“그 분들 그 돈을 안 받으시면, 제가 더 미안해요.”

송이 씨가 시부모에게 드리는 용돈은 고스란히 딸 현정의 간식비로 다 쓰이고 만다. 송이 씨의 직장 일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현정이가 정라진 나릿골의 시댁을 방문하고 있다. 학교를 다녀와서는 꽃망울지역아동센터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저녁 9시까지 공부하는 송이를 시어머니가 자주 돌봐줬다. 지금의 회사 사택을 얻기 전에 송이 씨는 시댁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았으므로 정도 많이 들었다.

송이 씨는 자신의 딸까지 돌봐주는 시부모가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송이 씨는 시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했다.

“어머님께서 당뇨병 때문에 몸이 아파요. 그런데도 나를 위해, 손녀를 위해 맛있는 것을 해주시려고 애를 쓰세요. 어머님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내가 받은 감사한 마음을 갚아야 돼요. 어머님은 내 똥꼬까지 닦아 주셨어요. 어머님은 하나도 더러워하지 않았어요. 친정엄마처럼 내게 잘해주셨어요. 제가 평생을 다해 그 마음을 다 갚을 거예요.” 송이 씨가 아기를 낳을 때, 수술했을 때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엉덩이까지 닦아줬다. 송이 씨가 치질로 고생하다가 수술했을 때도, 맹장으로 수술했을 때도 시어머니가 병간호를 했다. 송이 씨는 시어머니가 잘 대해주신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한다.

“전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음식을 하나도 할 줄 몰랐어요. 어머님이 음식을 다 해주고, 예쁜 옷도 사다 줬어요. 고구마를 좋아하면서도 단어를 몰라 먹고 싶어도 말을 못했을 때였어요. 어머님은 내가 고구마를 좋아하는 걸 알고 사다 주셨어요. 어머님 마음이 참 예뻐요. 잔소리도 없고, 날 편하게 해주셔서 좋아요. 날 딸처럼 생각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엄마’라고 불러요. 아버님을 처음에는 아빠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아버지’라고 불러요.”

송이 씨는 시부모님과 그처럼 정겹게 지낸다. “송이야!”하고 친근하게 부르는 시부모님의 음성에서도 며느리가 아니라 딸처럼 대하는 다정함이 느껴진다. 인정 있는 시부모님이 계시기에 송이 씨는 먼 타향에 살고 있는 외로움을 그나마 덜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