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돈 버는 일이 어떤지 물었더니 송이 씨는 대뜸 “힘들어요.”하고 대답한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큰 어려움이 어디 있으랴. 몸이 얼마나 고달프겠느냐고 물었더니, 송이 씨는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일을 하느라 보살핌이 필요한 저녁 시간에 딸아이와 떨어져 지내야 하고, 남편 역시 직장일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란다.

남편은 송이 씨가 일을 하지 말고 딸만 잘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송이 씨는 몸이 아픈 베트남의 동생을 생각하면 일을 그만 둘 수 없다.

“남편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내가 돈을 벌어서 보내주지 않으면 동생이 죽어요. 남편에게 돈을 얻어 쓰는 것은 미안해서 못해요. 남편 돈은 모두 내가 관리해요. 남편이  나를 그만큼 믿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돈을 다 써요. 그럼 내가 나빠요.”

송이 씨의 한국 발음은 서툴지만, 뜻은 확고했다. 송이 씨는 사회복지관에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도 한국말을 더 배우고 싶지만 일을 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송이 씨는 진솔하다. 무엇도 숨기지 않으며, 고통스런 그 무엇 때문에도 삶을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걸어간다.

동해 삼척 지역에 있는 친한 친구만도 30명이나 된다. 그래서 한국생활이 외롭지만은 않다. 절친한 한국인 친구도 1명 생겼다. 남편 친구의 아내이다. 송이 씨는 그 친구를 ‘참 고마운 분’이라고 칭했다.

송이 씨는 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한다. 한국인의 이름이 어려운 까닭일까? 송이 씨의 휴대폰에는 사람의 이름이나 직책이 들어있지 않다. 이름과 직책을 외우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을 특징으로 기억하고, 그걸 휴대폰 이름 란에다 입력한다. 예컨대 딸 친구, 좋은 아줌마, 예쁜 아줌마, 뚱뚱한, 날씬한, 키 큰 등으로 기록한다. 필자의 전화번호를 확인했더니 ‘신문아저씨’로 기록되어 있다. 만나는 날 신문을 가져가서 그런가 보다.

국제결혼에 대해서 물었더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이 씨는 베트남 여동생을 한국 남자에게 소개하려는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다. 예전에 베트남의 다른 여자 친구 두 명을 한국 남자에게 소개하여 결혼을 성사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다문화 사회의 속살을 다 알아버린 지금의 송이 씨 마음은 달라져 있다.

“한국에는 돈이 많아요. 하지만 그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마음이 더 중요해요. 함께 살아가는 두 부부의 마음 이해가 더 중요해요.”

송이 씨는 한국인과의 결혼의 문제점으로 한국 남자의 나쁜 행태를 제일 먼저 꼽았다.

“내가 소개한 한국인 남편이 결혼 뒤에 술을 먹고, 큰소리를 지르고, 때리고 그랬어요. 베트남 아내는 말도 못 알아듣는데, 소리부터 질렀어요.”

송이 씨는 한국 남자와 베트남 남자의 차이점을 비교하여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남자들 왕이에요. 집에 오면 ‘밥 줘’, ‘물 줘’하고 뭐든지 시키기만 해요. 과일도 깎아줘야 먹어요. 베트남 남편들은 직접 다해요. 아내가 ‘밥 먹어요’라고 말만 하면, 혼자서 알아서 만들어 먹어요. 베트남에서는 부부 사이에 여자가 더 무서워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자를 더 무서워해요.”

베트남에는 ‘남편의 명령은 아내의 징소리만도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양성평등이 실현된 베트남 가정에서 아내의 지위는 남편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는 송이 씨가 살던 베트남에 비해 여성이 살기 어려운 환경일 수밖에 없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국제결혼을 금지시키겠어요.”

송이 씨의 말을 통해 결혼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 짐작간다. 송이 씨는 언어 소통의 장애와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가 빚은 여성의 억압이 국제결혼 부부들을 고통스런 삶으로 몰아넣는다고 진단했다.

송이 씨는 언어의 소통의 어려움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놓았다.

“내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딸의 공부를 못 도와줘요. 딸에게 미안해요. 딸에게 행복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삶이란 ‘돈’이 아니라 행복이 가장 중요해요. 물론 다른 베트남 친구들보다는 내가 행복한 편이에요. 착한 남편과 자상한 시부모님이 내게 잘 해주니까요. 하지만 언어 소통이 어려운 점은 참 힘들어요.”

송이 씨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진짜 행복으로 여겼다.

“예전에 자동차 없고, 돈 없어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도 있고, 돈도 있는데 예전보다 덜 행복해요. 남편이 늘 옆에 있고, 딸과 함께 지내면 좋겠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가장 행복한 생활이거든요.”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는 송이 씨는 예전보다 물질적 삶은 풍족해졌지만, 삶이 바빠지면서 행복감은 낮아졌다고 느꼈다. 남편의 출장이 잦고, 자신이 일을 하느라 딸을 돌보는 시간이 부족한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국말을 몰라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어요. 내가 많은 것을 모르더라도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고, 맛있는 것 함께 먹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때와 달라요. 예전에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기대 그 마음을 전하면 풀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출장을 나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니까 그런 말도 못해요. 이제는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알게 되었는데도 덜 행복해요. 아이가 커가니까, 아이 앞에서 함부로 농담도 잘 못하잖아요.”

송이 씨는 한국인들의 바쁜 삶을 이제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가족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점점 바쁘게 일 속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인의 삶을 송이 씨가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