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개의 이유도 조금의 정서에 미치지 못한다’는 베트남 속담이 알려주듯, 베트남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더 중시한다. 감성적 특징은 베트남 사람들을 모두 시인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시(베트남 말로 ‘터’라고 부른다) 쓰고 읽는 것을 즐긴다. 일상생활 현장에서도 시를 자주 읊는다.  베트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호찌민은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시를 지어 그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그가 남긴 <옥중 일기>는 당시(唐詩) 형태의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다 읽었다고 하는 응우옌주의 6·8조 서사시 <끼에우 이야기>는 3,524행에 달한다.  ‘베트남 사람 열 명을 모아 놓으면 열한 편의 시를 짓는다’고 할 만큼 베트남 사람들은 모두가 시인이다. 베트남 명시를 엮어내던 한 서양 학자는 ‘베트남 문화는 전쟁과 시로 특징지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적 추상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베트남 사람들은 시를 사랑하여, 시를 읽고 듣는 것을 즐긴다.

  <마니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인터뷰하다 말고 송이 씨에게 시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송이 씨는 망설이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마침 창문을 열어놓은 커피숍으로 바람이 일던 참이었다. 지금 먼 곳에 출장을 간 남편과 커피숍에 이는 바람을 소재로 삼겠다고 소개하더니 금세 한 편의 시를 읊었다.

여기 삼척, 오늘 하늘에 갑자기 바람이 불고
작은 태풍이 이 자리에 머물며 많은 기억을 불러왔어요.
여기 남편 없이 혼자 있는 마음은 몹시 허전해
바람은 외로운 내 마음과 똑같아요.
나는 내 마음을 귀로 듣는데 왜 외로울까요?
아픈 마음속에 추억이 떠올라요.
늘 남편과 함께 하던 여기 삼척을 기억하며
바람은 다니는 곳마다 많은 곳을 기억하게 해요.
       - 이송이 작

송이 씨가 읊조리는 시를 듣고 나서 박수를 보냈다. 베트남어라 시의 의미는 알 수 없었으나 6성조의 베트남어 리듬만으로도 송이 씨의 시는 노래와 같았다. 송이 씨에게 읊은 시를 베트남 말로 적어달라고 주문한 뒤, 다시 천천히 읽으며 한국의 시적 형태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