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갱도 안에서 작업할 때는 안전등을 안전모 정수리에 붙이고 어둠을 밝힌다. 흔히 일본식 발음으로 갭뿌(cap)라고 부르는 탄광용 안전등은 데이비 램프(Davy lamp)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램프는 물리화학 창시자이자 병원에서 쓰는 마취제를 만든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요즘의 안전등은 전기로 충전된 배터리를 허리춤에 차고 연료로 사용한다. 그것이 나오기 전에는 석유나 카바이드를 사용했다. 석유를 연료로 쓸 때는 야구 포수가 쓰는 모자처럼 램프 밖으로 철망을 둘렀다. 폭발성 메탄가스가 있는 탄광에서는 램프의 심지에서 파란 불꽃이 일어났다. 광부들은 그걸 보고 가스 폭발을 예상하여 대피하기도 했다.

요즘 탄광에서는 전기 배터리가 연결된 전기충전식 안전등을 사용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카바이드를 연료로 하는 간드레등(carbide lamp)이나 석유를 쓰는 칸델라를 사용했다. 동원탄좌에서 1977년까지 간드레를 사용했다는 광부의 증언도 있다. 간드레는 탄광 갱도에 들어갈 때나 갱내를 밝힐 때 쓰일 뿐 아니라, 석탄 운반용 광차의 출발 혹은 정지신호용으로, 각종 기계 작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탄광촌의 철물점에서는 카바이드를 판매할 정도로 널리 쓰였다.

한편, 칸델라는 지름 약 8～9cm, 길이 약 20cm가 채 안 되는 원통형 놋쇠 혹은 함석에다 불이 비치는 앞쪽에 작은 반사경을 달아 불을 밝혔다. 칸델라는 호롱에 석유를 넣어 사용하는데 네덜란드어 칸델라(kandelaar), 영어 칸델라(candela:양초-candle의 뜻에서 나온 광도 단위)에서 유래했다. 칸델라는 처음에 석유(등유)를 사용하다가 1945년 해방을 전후하여 카바이드로 연료가 바뀌었다. 그 이후 칸델라 구조도 바뀌고 광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사용자층이 광범위해졌다.

카바이드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간드레, 간드레등, 간드레불 등으로 부르고 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간드레는 탄광뿐 아니라 공장이나 상가, 가정 등에서 인기리에 사용되던 대중적인 조명기구였다. 시골의 잔칫집이나 초상집 마당, 야시장이나 포장마차, 낚시터 등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간드레는 값이 싸고 편리해서 대중적으로 활용됐다. 다만, 카바이드를 태우고 남은 독성을 지닌 재에 의한 수질오염 우려와 재처리 문제가 단점이었다. 카바이드는 탄광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최고의 인기였다. 요즘 밤 낚시터에서는 케미컬라이트가 사용되지만, 옛날에는 카바이드가 있었기에 밤낚시가 가능했다. 또 밤낚시를 할 때 주위에 카바이드 덩어리 몇 개를 뿌려두면 지네나 뱀 등의 해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카바이드를 사용하는 간드레 대신 가스를 원료로 하는 칸델라가 등장한다.

탄광촌의 사내아이들은 탄광현장에서 쓰다 버린 카바이드를 주워 장난치는 걸 즐겼다. 회색 돌처럼 생긴 카바이드를 물에 넣으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카바이드 덩어리를 물에 끓이다가 꺼내면 뜨거웠는데 그걸 집게로 집어서 남에게 위협 주는 일도 탄광촌 아이들의 장난 중 하나였다.

카바이드의 주재료는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이다. 삼척시 소재 마차리역 앞산에 있는 석회석은 질이 좋아 카바이드 원료로 채굴되곤 했다. 1937년부터 북삼화학주식회사(삼척산업공장)의 카바이드 원료가 이곳에서 채굴되었다.

카바이드는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제 말기 중일전쟁·태평양전쟁으로 연료가 부족하면서 1939년 8월 서울에서는 자전거로 승객용 트레일러를 끄는 인동차(人動車)까지 등장했다. 카바이드의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서 카바이드 자동차는 유력한 대체연료 자동차로 손꼽히면서 1939년 8월31일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 철도국과 경성전기주식회사에서 카바이드 승용차를 사용했는데, 1940년 3월 그 수가 200여 대에 이르렀다.

북한의 탄광에서도 카바이드를 사용했다. 한 탈북 광부는 <세계최초의 생환자 증언, 북한의 아우슈비츠>(월간조선 2000년 5월)에서 “탄광에서 작업할 때 카바이드가 모자라 간드레 불도 잘 켜지 못합니다. 자연히 깜깜한 곳을 더듬더듬하면서 작업하다 광차에 치여 죽고, 동발이 무너져 죽기도 합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카바이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밤을 상징하는 낭만의 대명사였다. ‘카바이드 불빛 은은한 포장마차’ 하면서 시, 수필, 편지글 등에서 많이 나타났다. 고정희 시인은 “깊고 어두운 계곡에/카바이드 불빛 한 점/내 넋으로 흔들리며 우나니/세상 끝남을 예감하며 빛나리니.”(「사랑을 위한 향두가」)라고 노래했으며, 김지하 시인은 “지쳐 엎드린 포장마차 좌판 위에/타오르는 카바이드 불꽃 홀로/가녀리게 애잔하게/가투 나선 젊은이들 노래 소리에 흔들린다.”(「소를 찾아 나서다」)라고 노래했다.

또 김승옥은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드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라며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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