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원전백지화 추진위원회가 오는 10월 9일 오후 2시 삼척시청 앞 광장에서 원전유치백지화 주민투표 1주년을 맞아 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간발의 차를 두고 이웃 동네 영덕 주민들로 구성된 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9월 9일 시가지에서 핵 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를 가졌으며, 이어 오는 11월 11일 민간 주도로 유치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최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영덕, 삼척, 울진 등에 12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반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됩니다. 지리멸렬한 긴 장마인 듯 시민들의 삶에 눅눅히 젖어들어 있는 듯합니다.

역사는 지독하게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민사관의 폐해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조선조 중후기에 있었던 당쟁의 폐해를 잘 알고 있고, 또 그로 인해서 조선의 패망이 앞당겨졌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삼척 내의 지역 정서를 보면 조선조의 당쟁과 거의 유사한, 아니 더 심한 대립과 갈등이 휩쓸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소수 지배층만의 문제였지만, 이젠 전 시민이 직간접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볼 때는 늘 뒤에서 어느 한 점을 보기 때문에 자신은 그런 오류에서 자유로울 것 같이 생각하지만, 자신이 그 역사 속 한 점의 주인공이 되면, 생각처럼 처신하기가 쉽지 않아서라고 할까요? 근래에 지역의 몇몇 대표자들의 행동이 모두 독선적이니, 괴이한 일입니다.

근래에 삼척의 몇몇 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건대, 대표라는 사람의 분란이 이미 극에 달하여 시민 사회 목적과 시민들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니, 외방에 의한 내부의 다툼으로 바야흐로 집안싸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대표자인 자들은 시민들의 삶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주장만이 대표성을 띠는 것처럼 시민들에게 부담을 되돌려 나 아니면 정적들로 매도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목도하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판이 깨지면 바둑판도 없을 것 같아 심히 걱정됩니다.

민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토론을 통한 소통이 더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상대에 대한 무시와 편견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이단이라는 종교적 맹신도와 같은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지금의 형세는 자신들의 명분을 채우기 위한 몸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남의 잘못에 돌아서서 웃을 것이 아니라, 남의 장점에 박수를 쳐야 하는데. 본질을 벗어나 판 자체를 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바둑판이 있어야 바둑을 두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겠습니까?

진나라를 세운 사마염이 오나라를 공격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길을 잘못 든 병사들이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가져왔던 식수가 바닥나 버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물을 구할 곳이 없었고, 결국 병사들은 목이 말라 더는 진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탈진하는 병사도 생겼고 이를 목격한 주변 병사들도 점점 의욕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마염은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병사들이여,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저쪽 언덕 너머에 가면 매화나무 숲이 있는데, 그곳에는 탐스러운 매실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매실이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그곳에만 도착한다면 마음껏 매실을 먹을 수 있다.”

매실이라는 말에 병사들의 입에는 침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힘을 잃어가던 눈에 다시 생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결국 갈증을 잊은 채 힘차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생각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시사합니다.

지쳐 있는 병사들에게 매실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저 매실에 대한 이미지만 줬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실질적인 피로와 괴로움을 잊고 현실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실천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생각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있는 추상적인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생각-실천’의 상관관계를 지나치게 분리해서 보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는 곳에는 실천도 있을 수 없습니다.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원하는 것을 꼭 이루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담긴 생각만이 진정한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생각 없이 실천만 한다면, 그곳에는 무의미하고 고된 노동만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원전 유치를 반대 하는 측도, 원전을 유치하는 측도 모두가 삼척시민입니다. 더 나아가 샅샅이 살펴보면 찬성, 반대 모두가 옆 집 아저씨 아래 집 아주머니 사돈에 팔촌 등 연기적 인연으로 보면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생각의 차이일 뿐인 만큼 상대방 의견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존중과 화해의 무드로 조성해 나가는 시민 의식이 시작될 때입니다.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오류입니다.

늘 잊어서는 안 될 말 입니다. 내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가당착에 빠져 힘겨워 하는 어리석음에 떨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박혁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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