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늘해랑보호작업장 원장 박 영 림

발달장애인들의 일터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늘해랑보호작업장'으로 이직 한지 넉 달이 되어간다.

장애인으로 살아 온지 50여년, 장애인복지와 함께 한 시간 29년. 장애인복지 일선 현장과 행정업무를 할 때에도 이런 저런 장애인복지 현상과 문제들을 생각하고 고민해 왔지만,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일터인 이곳에 온 이후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생각 하나 <부모님 사후에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29년 전 새내기 사회복지사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를 29년이 지난 지금도 똑 같이 듣는다.

'자식들 보다 하루라도 더 살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한 섞인 이야기... 돌이켜 보면 장애인복지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장애인복지법(1981), 고용촉진제도(1990), 편의증진제도(1997), 특수교육 확충 (2007), 차별금지제도(2008), 장애인연금제도(2010), 장애인활동지원제도 (2011), 장애아동복지지원법(2011) 등의 정책과 재정 마련으로 장애인 복지는 향상되었으나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직업재활시설이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되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음 되지 않냐고. 그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보호 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은 교사들과 함께 작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다소 부족한 면도 있지만, 즐겁게 생활하며, 작업이 가능해지고 취업이 가능해진 근로 장애인들이 있다.

그러나 보살펴 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일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있을 땐 초등학교로 진학하면 되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발달장애인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이곳에서 조차도 그들의 앞날을 모른 척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정책은 포괄적이지 않으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 대상자의 강한 요구에 의해 정책은 수립되고 있지만, 상호 연계성 없이 각각의 개별법을 기초로,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는 과정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발달장애인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 2015년 11월 21일 시행되었다.

법을 바탕으로 17개 시,도에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며, 작업훈련 시설을 설치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개별지원계획 수립과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 예방 및 권리구제에 관한 사업, 공공후견인 사업도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또한, 발달장애인 부모가 발달장애인 지원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강한 요구에 의해 오랜 난항 끝에 제정되었으나 전달체계만 만들었을 뿐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개발되지 않았으며, 서비스를 연계해야할 자원도 절대 부족한 시점이어서 그 또한 얼마나 큰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발달장애인 서비스 대부분이 학령기 중심이어서 성인발달장애인 대상 서비스는 사실상 활동지원이 전부이다.

강원도 내 발달장애인은 2015년 12월말 기준 8천2백명 으로 등록 장애인의 8.4%를 차지하고 있으며, 7개의 특수학교와 일반 고등학교 30개교에 35개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 고3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있으나,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이미 정원을 넘고 있다. 갈 곳이 없다. 졸업 후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들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무료하게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장애영역과는 다르게 전 생애에 걸쳐 서비스가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생애주기에 맞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과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열심히 즐겁게 일 잘하는 우리 작업장 장애인분들이 보호자가 없어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정책이 활발히 만들어지면 좋겠다.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작업공간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자녀의 최종 주거공간이 시설이라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사업능력이 있는 기업가들이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이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온전히 적용되어 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우리 모두의 책임과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