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피해자는 8명, 이중 3명은 사망하고 5명이 투병 중이다.

지난 2009년 관련 서류 미비를 이유로 정부로부터 의료비와 장례비 조차 지원 받지 못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만들어 판매할 당시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던 신현우 전 대표와 옥시의 연구책임자 2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구속 됐다.

당시 검찰 수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태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 13개 가운데 4개 제품에 대해서만 진행돼 왔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부가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확인된 유해한 성분이라고 발표한 PHMG와 PGH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만 수사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애경을 포함해 다른 유해 성분을 원료로 해서 만든 제품 제조업체들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왔지만 정부가 뒤늦게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결정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뒷북에서 희생된 국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이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법제가 미비한 것을 제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 한다"고 밝히고 "그런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분명한 사건임에도 정부 예산으로 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윤장관에게 명시적으로 사과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는 "사실상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비극적인 사건으로서,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되면서 있어서는 안 될 대규모 인명 살상사고가 빚어졌다.

또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된 이후라도 안전관리 법제를 선진화하고 원인 미상 폐질환 발생 시 보다 광범위하게 인과관계를 조사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2013년 4월, 국회는 이렇게 가습기 피해자 구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 피해자를 실제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했지만, 결의안까지만 하고 손을 놓은 것이다. 여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개인의 교통사고 피해와 같은 문제로 치부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그동안 국회는 무슨 일을 했는가. 2011년 8월 복지부는 폐 손상 피해와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석 달 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전면 수거 명령이 내려졌다. 야당이 피해자 지원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지만 정부는 반대하고 나섰다.

이유는 피해와 살균제 성분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문제점을 인정했던 환경부도 말을 바꿨다.

지난 2013년 6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법안 제출된 대로 일반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일반 국민이 책임을 지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했고 2013년 7월 우여곡절 끝에 법안 논의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여당이 대통령에 대한 야당 의원의 막말 발언을 이유로 의사일정을 거부해 반쪽으로 진행됐다. 2014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환경성 질환 피해만 지원해주는 건 교통사고 같은 다른 사고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살균제 주성분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잘못을 쏙 빼고 개인 간의 교통사고와 비유한 것이다.

사람 잡는 가습기 살균제가 팔리게 된 그 시초부터 지금까지 곳곳에서 일어난 총체적 문제점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시스템에 큰 구멍이 나 있었는데 사후 대응도 엉망이다.

정부도 국회도 책임이 없다면 국민은 또 간뇌도지(肝腦塗地 참혹한 죽음을 당하여 간과 뇌수(腦髓)가 땅에 널려 있다는 뜻)를 당했다고 공분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관계자에 대한 문책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사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난 11일 환노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가 태아까지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명확한데도 환경부 장관은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반 논리로 버티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책임을 정확히 규명해 정부 당국자가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법률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고 피해보상을 비롯한 대책마저 마련하지 못한 채 19대 국회를 마무리하게 된 해당 상임위원장 및 위원들도 사과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 화확 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포함해 특별법과 일반법 등 4건이 계류되어 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 20대 국회로 넘어갈 처지에 있다. 실로 암담한 정치권의 작태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법제가 미비한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동시에 정부 예산으로 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부처가 긴밀히 논의해 하루 빨리 다소나마 위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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