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초선의원연찬회가 열린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 사무처는 이날 20대 국회 초선의원 132명을 대상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 오찬과 본회의장 전자투표 시연 등의 행사를 마련했는데 연찬회에 참석한 선배 정치인들은 초선 당선인들에게 초심과 소신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국회의장 주재 초선의원 연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식장으로 가는 로비 엘리베이터 전체를 국회 직원들이 의원만을 위해 운영했다고 한다.

연찬회가 열리는 동안 국회의원회관을 찾은 민원인들과 국회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이용에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을 것이고. 20대 초선의원들과 귀빈이 타야한다는 이유로 국회사무처가 홀수 층 엘리베이터 3개를 모두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의 과잉 의전 탓에 민원인들과 직원들은 계단으로 걸어가거나 짝수 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초선의원 연찬회는 3층에서 열려 로비인 2층과 한 층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국회사무처의 과잉 의전은 초선 의원 행사장 이동에서도 이어졌다. 의원회관을 나선 초선의원들의 다음 행사장은 국회본회의장. 사무처는 초선의원들의 이동을 위해 우등버스 4대를 준비했다. 의원회관과 국회 본관은 직선거리로 200m도 되지 않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했다. 인도를 따라 둘러서 걷더라도 약 250m 정도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행사장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럽고 잘못된 일임에도 국회는 뒤 늦은 사과나 변명도 없다.

늘 일상화처럼 사람은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개인 뿐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역사에서 성공하고 잘한 행위만을 자랑스러워하고 패배와 잘못은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발전을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성공을 자부하고 안주하는 데서 발전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고치는 데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고칠 것이며,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데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겠는가. ‘논어’에 나오는 “나는 하루에 세 가지 일을 가지고 나 자신을 반성한다.(吾日三省吾身)”라는 말도 나의 과오를 반성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당나라 현종은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신하의 상소가 올라오면, 그 가운데 긴요한 것을 골라 황금으로 장식한 상자 속에 넣어 두고 수시로 꺼내 읽으며 자신을 채찍질 했다고 한다.

국민은 20대 총선 당시 기득권과 개인화된 권력에 몸서리쳐져 가려서 선택 해 주었건만 출발도 하기 전에 ‘국회의원이란 무엇인가?’를 ‘권력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가르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 작태에 배신감마저 든다.

민의의 전당에 나가 대표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국회를 위한 것이 아니며, 만민을 위한 것이지 정치의 권력화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지 정치권 맹목의 충성의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원 자신에게 국민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국회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아닌가. 국민을 섬길 때 백성을 위한 것으로 일을 삼지 않으면 국회 권력의 노비(奴婢)이고, 국민을 위한 것으로 일을 삼으면 백성의 사우(師友)이다.'

변화하지 않는 정치의 권력, 권위의 학습으로 무작정 추종하는 것은 과거 왕정시대의 내시나 무수리가 하는 일이다.

초선 당선인 가운데 마땅히 “나는 걸어서 가겠소” “나는 계단으로 걸어올라 가겠소”라고 쉬운 말(평범한 말, 당연한 말) 하는 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낀다. 이제는 국회의원 호칭을 ‘환관’이라고 ‘무수리’ 라고 불러도 무관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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