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를 외치며 출발한 20대 국회는 첫 대정부질문부터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당신들 때문에 이 나라가 이렇게 됐잖아!”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여학교에는 잘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예견돼 있었고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외모를 언급했다가 비난을 샀다.

이에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비난하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신성하고 존중되어야 할 의사당은 상대방의 말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앉았어!"라는 악다구니를 쓴다.

국회의 막말 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군 성범죄 피해자를 '하사 아가씨'로 지칭하는가 하면,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물로 비난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더해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현역 의원 2명은 검찰에 불려갔고 지도부는 퇴진했고, 보좌진 40여 명이 줄 사퇴한 '가족 채용'논란에 이어, 더민주 조응천 의원의 허위 폭로로 면책특권 폐지론까지 거세졌다.

새 정치를 다짐한 20대 국회, 지난 한 달이 보여준 모습이다.

우리 국회도 의장과 상임위원장은 질서유지 명령을 거부하는 의원을 퇴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막말을 이유로 퇴장당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진짜 버릇부터 고쳐야 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인가요. 국회윤리특별위원회엔 의원 징계권이 있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막말로 문제가 된 73명 가운데 징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허울뿐인 윤리특위 대신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원 설치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징계 받은 의원은 국회 직책에서 배제하고, 선거에 출마할 때 공보에 징계 내용을 담아야 한다.

정치는 완벽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어떤가? 국민에게는 정치인을 선발할 권리가 있고, 정치인에게는 협력과 견제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집단의 의견이 개인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민주정치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 체제인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인 우리의 삶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데도 정치인들은 표밭만 일구고 있다. 합리적인 정치는 뒷전이고 당색과 계파에 편향되어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기에 바쁘다. 국민의 삶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만 쌓여간다.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이란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번에 20대 국회가 새로이 출범하면서 국민의 기대가 매우 컸다. 그분들의 걸음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부탁 하나 하겠다.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한 이유는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결국 가장 사악한 정치를 만든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법안을 만드는 자리, 어떠한 법안이 제정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은 달라진다. 관대함과 엄격함에 조화를 이루어 부디 당색과 계파를 떠나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 정책 수립을 통해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일은 관대하게 허용하여 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찻잔은 주전자보다 낮은 곳에 있어야 물을 얻는다. 겸손한 자기 위치와 자세가 아니겠는가. 알아도 조금 모르는 척 하고, 많이 가졌어도 조금 부족한 척하며, 강해도 조금 약한 척해야 한다.

혼자 다 할 수 있어도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며, 나보다 어리다고 마구 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겸손한 사람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으나 나중에는 온 주위를 넉넉하게 하겠다.

좋은 국가는 사회적 갈등과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지만 나쁜 국가의 경우 여지없이 국민은 등을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국가와 정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잘되는 국가,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의 기본 조건은 정통성을 지닌 국가, 국민과의 설득과 동의를 바탕으로 한 선거로 교감을 거친 국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책임 정치가 가능한 국가, 통합의 정치를 펼치는 국가, 균형적인 분배가 이루어지는 국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