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 돼지'라는 발언의 당사자인 나향욱 기획관에 대해 교육부가 어제 부랴부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자체 감사 등 절차를 밟겠다던 교육부는 거센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절차를 모두 뛰어 넘고 결론부터 냈다.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한 파면조치. '개, 돼지'발언 파문 3일 만에 전격적으로 나향욱 기획관의 파면을 결정했다.

나 기획관에 대한 자체 조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센 비난 여론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영 교육부차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 보도와 나 기획관의 국회 출석에서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최고 수위의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이미 파면결정이 나온 상황이어서 '징계의결'은 형식적 절차에 그치게 됐다.

이렇게 교육부가 파면 결정을 급히 내린 건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교육부를 동물교육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쓴 웃음을 자아내는 패러디도 계속 쏟아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잠재우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 소설가를 대표하는 조정래 작가는 “국민의 99%가 개나 돼지 새끼들이라면 개나 돼지 새끼들이 낸 세금을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누구일까? 그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고 신간 출간을 기념한 기자 간담회에서 개·돼지 발언에 대해 통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도 크다.

국가 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CREATIVE KOREA) 코리아’ 대신 ‘'도그 피그 코리아(Dog Pig KOREA)’가 제시됐고 코리아 알파벳에 개와 돼지 그림을 넣어 비꼬기도 했다.

살찐 개 옆엔 '휴일을 맞은 국민'이라는 설명이 붙고 고양이들은 '개, 돼지만 민중인 더러운 세상'에서 소외된 마음을 술로 달래고 있다.

교육부 SNS에도 “교육부를 동물 교육부로 바꿔야 한다”며 비꼬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70세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나와 내 자식들이 개·돼지라는 걸 알게 돼 비참하다”며 개, 돼지들 아들 딸 많이 낳게 하려는 정책은 계속 추진할 생각이냐고 물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교육부를 ‘동물농장’으로 부르자고 비꼬았다.

TV에선 온 종일 앞 다투어 ‘개, 돼지’에 관한 방송이 온종일 끊이질 않고 있다. 필자도 우리 국민들의 공분된 마음에 100% 공감 하지만, 우리는 사유(思惟)가 깊지 못하고 자기 성찰과 함께 중용, 균형, 멈춤의 미학을 깨달아야만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이다. 사상, 이념, 정치, 역사, 권력, 명예, 심지어 사랑까지 끝장을 보려고 한다. 결코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법이 없다.

수양과 달관(達觀)을 통한 영적 발전을 이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止)’이다. 멈출 때 멈출 수 있어야 하고, 또 적당한 선에서 그칠 줄 알아야 한다. 혼탁한 이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게 바로 멈춤의 미학이다. 멈춤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이는 쇠함과 성함이 돌고 돌아 순환하는 게 우주의 법칙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 무엇이든 성(盛)이 있으면 반드시 쇠(衰)가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한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하지가 지나면 동지를 향해 조금씩 가고, 동지가 지나는 순간 하지를 향해 나아간다. 초승달은 반달을 거쳐 보름달이 되고, 보름달은 다시 초승달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계속 순환 반복한다. 이 순환의 법칙은 우주에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

인간은 무엇이든 끝까지 누리면, 쇠할 때 그만큼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많이 가졌던 만큼, 끝까지 향유했던 만큼, 절정으로 즐거워했던 만큼, 상실의 폭 또한 깊고 넓다. 이는 우주의 엄혹한 법칙이다. 인간세(人間世)엔 결코 영원불변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행복할수록, 일이 순조롭게 풀릴수록, 더욱 근신하고 몸을 낮춰야 한다. 선한 일을 많이 행하고, 적당한 때 그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신분 상향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위기를 말해주는 가장 단적인 국민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가면 정말 치유할 수 없는 역사의 상흔을 남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모든 국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엄한 감시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토탈 안보에 대해 국민의 화합이야말로 다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이 깨지면 근본적인 추진력이 상실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절망’이 바로 화합이라는 공동체 힘의 상실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