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다. “언제 어디로 휴가 가세요?”라고 안부 인사말을 서로 건넨다. 쉬면서 여유 있게 지낸다는 뜻을 담고 있는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이들이 많지만 여름휴가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여름휴가기간이 분산되고 여행지가 다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름휴가객의 절반정도인 46%가 7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몰려 있어 바다와 계곡 등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모할 만큼 꽉 막혀 있는데다가 잠자리와 먹거리도 턱없이 비싼 바가지 상술은 휴가 기분을 날려 버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고 해도 북새통이 된 공항을 빠져 나가는 것부터가 고행길이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전해지는 각종 테러와 사건사고 소식으로 인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내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오겠다는 휴가의 본래 기능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오히려 피로감과 무기력감에 휩싸여 휴가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서 흥청망청 쓰며 즐기는 일반적인 여름휴가 대신 고즈넉한 시골을 찾아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는 건 어떨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쁜 삶속에 잃어버린 자신의 본래 면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고향집도 좋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산사도 괜찮다. 빼어난 자연환경 등이 어우러져 있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차분하게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휴양지로서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은 어머니를 또는 할머니 누이 등을 향유할 수 있는 보양식이다. 내 어렸을 때 그리도 커 보이던 조그만 고향집이나 친구 집에 들러 툇마루 앉아 책을 읽어도 제격이다. 텅 빈 고향집에서 홀로 멍 때리기를 통해 지난 삶과 새로운 삶을 세울 수도 있다. 게다가 친구가 있다면 친구와, 어머님이 계시면 어머님과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인근 마을 회관을 찾아 동네 어른들께 자신이 만든 음식이나 여러 가지 재미난 일로 위로함도 뜻 깊은 휴가를 보낼 수도 있고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더위를 이겨낼 수도 있다. 주위를 보면 폭염으로 목숨까지 위협받는 어려운 이웃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관심과 도움도 의미 있는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일 수 있다. 이처럼 휴가방법은 다양하다. 자신의 근기와 기호에 맞춰 떠나보자.

kw7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