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강원 농수축산 분야에서 5백억 원 가량의 피해가 난다고 한다.

한쪽이 찌그러들면 한쪽은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 아닌가. 저렴한 지역특산물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청탁금지법은 3만 원이 넘는 식사나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금지하고 있다. 이럴 경우 5만 원 이상의 선물로 판매되고 있는 강원 농수축산물의 판매위축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도가 파악한 피해 규모는 한우가 최대 197억 원, 인삼이 150억 원 수산물이 132억 원 등 모두 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우와 인삼, 과일 등은 5만 원이 넘는 선물세트 비중이 크다 보니 피해가 있을 것이다.

이에 관계자들은 식사나 선물 부분의 금액의 상향하는 쪽으로 건의를 하고 있지만 법에 정한 제한금액의 상향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을 것이고, 고가 선물의 소포장 판매와 소비촉진 운동 등 논의되고 있는 대책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김이나 쌀, 멸치 등 5만 원이 되지 않는 농특산물 생산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므로 관계 당국은 협의체를 만들어 간담회를 통해서 최소한의 피해를 줄이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우리 도민과 축수산인들의 위기와 기회를 두루 살피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찾는 게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제이다.

일명 김영란 법이라고 불리우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고 청렴과 공정 사회로 가는 디딤돌을 놓기 위해 마련됐다. 부정과 부패, 비리로 한때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한 ‘망국의 씨앗’을 솎아내기 위함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좀으로부터 나라를 잃을 수도 있다. 부정과 비리와 부패의 끝은 늘 비극임을 우리 역사는 일깨워 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김영란 법으로 역사의 비극을 막아 보고자 한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는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인정하기 어려워했다. 개인뿐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역사에서 성공하고 잘한 행위만을 자랑스러워하고 패배와 잘못은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발전을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성공을 자부하고 안주하는 데서 발전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고치는 데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고칠 것이며,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데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겠는가.

이참에 우리는 결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김영란 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농축산물 등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고급 식당이나 유흥주점, 골프장 등의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혹은 공무원들이 민원인과의 접촉을 기피함으로써 필요하고도 적법한 민원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현상이 심화될 우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크게 줄고, 투명하고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져 한 단계 높은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흥청거리는 우리의 밤 문화가 건전하고 절제 있는 유흥으로 바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지만계영(持滿戒盈)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고개를 숙여 받을 준비를 하고, 알맞게 받으면 똑바로 섰다가, 정도에 넘치면 엎어진다. 바로 여기서 중도에 맞게 똑바로 서서 바른 판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가득 차 엎어지기 직전인데도 사람들은 욕심 사납게 퍼서 담기만 하면 한순간에 뒤집어져 몰락한다. 가득 참을 경계하고, 차면 덜어내야 한다.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은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진다. 이것이 경계가 아니겠는가.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의 식성이 욕심을 엄청 좋아해서 욕심을 먹으면 죽는다고 해도, 사람은 욕심을 볼 때마다 울면서 잡아먹는다. 먹고 나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면 너무나 황당하여 크게 웃으면서 생각이나 할까? 아무리 먹는 것이 좋기로 과연 그 목숨과 바꿀 정도란 말인가. “욕망보다 무서운 것이 없고 인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이 기회에 경계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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