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달 26일 시작됐지만, 여당의 거부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에 대한 여당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 위기 속에 소모적인 정쟁이 이어지자, 국민들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는 다소 무리였다는 의견이 적지 않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관례상 직무 수행과 관련된 문제만 해임 건의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협의 없이 의사일정을 변경해 해임 안을 처리했다며 국회의장 사퇴 요구와 함께 형사 고발까지 거론하고 있다.

야 3당은 여당이 장관들에게 긴 답변을 요구해 의사일정을 지연시킨 것이 문제일 뿐 해임 안 처리는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대통령의 해임안수용 거부는 민의에 대한 거부라며 김 장관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국회에서 해임 안이 통과된 장관들은 모두 물러났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논란은 있지만, 야당의 해임 안 처리와 청와대의 해임 거부로 상황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새누리당이 국회의 핵심 기능인 국정감사까지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집권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는 이례적인 일이 거듭되면서 국회가 표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시작 때도 국회의장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일정을 거부한 적이 있다.

지금 정치권은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를 보는 듯하다. 협치 약속은 간데없고 강경 대치만 남았다. 겉으론 민생을 외치지만 여당도 야당도 국민은 안중에 없고 마음은 오직 내년 대선에 가 있다는 비판이 많다. 어떤 영화 대사처럼 “뭐가 중하냐”고 묻고 싶다.

정치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언행이 일치하여 어긋나지 말아야 하며 국민을 존중히 여겨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자신을 낮추고 공손해서 늘 겸손의 뜻을 지니고 질박하여 아첨이 없어야 하고 인화를 닦아 비위를 맞추는 일이 없음이다. 특히 온갖 악이 없어야 하며 사심 없는 마음으로 세상에 적응함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모두가 ‘분노조절장애’라는 통계가 나올 만큼 곳곳에 분노가 만연해 있다. 분노를 느끼면 사람에 따라 숨기거나 드러내기도 한다. 분노를 지나치게 숨기면 ‘화병’으로, 지나치게 드러내면 분노조절장애로 전이될 수 있다. 심지어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식 권력다툼에 온 정성(?)을 다 한다. 이같이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폐단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 국가적 망국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므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국민은 조선 전기,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성종의 리더쉽을 반추 하고 있다. 성종은 즉위하면서 신하들에게 먹 20개와 붓 40자루를 하사하며 “이 먹과 붓이 다 닳도록 쓴 소리를 아끼지 말라”고 해 신하들을 숙연케 했다고 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자칭 정치지도자들을 보자. 국민들의 쓴 소리를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지도자가 과연 몇이나 있는가. ‘국민’이란 단어를 탐욕과 재물로 그 이름을 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해임안 통과를 이유로 국회를 뛰쳐나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도 책임 있는 집권당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장기간 지속하는 경제위기는 정책적 노력에도 개선 조짐이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도 중대한 위기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오기(傲氣)의 싸움을 벌이는 건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외면하겠다는 태도다. 여야가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야는 국회가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상대방을 탓하는 것은 제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쉽게 남을 탓하는 마음을 가지고 한 발짝 물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면 과연 어떨까? 사람은 누구라도 육안으로 자신의 모습을 한눈에 다 볼 수 없다. 하지만 자신 눈앞의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이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추어 본다면 자신의 모습을 한눈에 다 볼 수도 있다. 거울 없이 자기 머리를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거울을 통해 본다면 누구라도 쉽게 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을 수 있듯이 자신이 남을 보는 시각으로 나 자신까지 바라봄으로써 스스로의 잘못을 직관하고 고쳐나간다면 ‘책기(責己)’라는 덕목을 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