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모기업으로 설립 당시 일본 오노다(小野田)시멘트회사의 삼척공장으로 출발했다.

8·15광복 후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1953년 7월부터 운크라(UNKRA)원조계획으로 보수공사를 하여, 1955년 8월에 동양시멘트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되어 삼척의 향토기업으로 주민들과는 불가분의 관계를 영속 하면서 애증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5년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중견 레미콘회사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함에 따라 100여 년의 동고동락에 마침표를 찍고, 새 주인과의 미래가 열리는 듯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민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의관(衣冠)으로 감싸고 언어를 그럴 듯하게 구사하면서 걸음걸이도 법도에 맞게 하고 얼굴색 역시 근엄하게 꾸미고 있으니, 바라보는 시민들은 모두 정도의 기업 같게만 여겨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을 만나게 되면 평소의 뜻을 바꿔 욕심을 부리며 불인(不仁)한 마음을 품고 불의(不義)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여론이 다수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엣 선비의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라는 붓을 얻은 것과 흡사하다.

터럭이 빼어나게 가늘고 번질번질 윤기가 흘러 아주 좋은 붓이라고 여겨서 장사치에게 구입했는데 붓을 한 번 털어 보니 그 속이 더부룩한 게 이상해서 붓에 먹을 적셔 시험 삼아 글씨를 써 보니, 바로 구부러져 꺾이는 바람에 글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아서 주의 깊게 살펴보니 그 속에 집어넣은 것은 거의가 개의 터럭으로, 가늘고 윤기가 나는 족제비 털을 겉에만 입혀 놓은 것이었으므로 경악하고 탄식해 마지않았다.

삼표동양시멘트가 국내외 시멘트를 운송하는 벌크전용선인 선박의 운송권을 놓고 전용선을 소유한 명성기공(합)과 운송권을 가진 삼표 측이 마찰을 빚으면서 명성기공(합)은 지난 17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선박 1척과 예인선 1척에 대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 법원의 결정에 따라 22일 운항을 금지하는 법적 집행 조짐이 보이면서 자사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일본으로 수출하는데 차질이 우려되자 삼척시 관내 사회단체 등지에 분쟁과 관련한 건의서를 만들어 서명케 하여 재판부에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문서를 나누어 주었다. 물론 지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데는 어느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삼표 측이 동양시멘트 인수 후 적잖은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향토기업으로서의 지역 발전과 시민들과의 긴밀한 동질성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목조목 따질 이유는 없지만 스스로 생각해야 할 대목이 아니겠는가.

삼표는 대체로 뛰어난 듯 번드르르하게 외양을 장식했지만 그 속은 온통 개의 털로 채워져 있는 이 붓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현상만을 볼 뿐, 더 나아가 그 이면까지 미루어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삼표동양시맨트의 마음도 깨우쳐 주고 싶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외양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해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나무랄 데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겉모습에 감추어진 속내를 간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삼표동양은 먼저 향토기업으로서의 시민 긴밀한 관계를 감당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어떠한 여론도 외면하지 말고 먼저 감당해보라. 반드시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시민의 여론을 감당할 때 머리로 상황을 재지마라.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은혜와 의리로 되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여론 감당의 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형식적으로 도움을 줄 것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타인의 어려움을 배려해 그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도와줄 것인가. 또 상대가 필요로 하는 ‘최소치’만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최대치’까지 감당할 것인가.

시민의 리스크를 감당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질적인 투자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마음에 걸맞은 외형과 규모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먼저 나서서 타인의 여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진심을 다하지 못하면 ‘겉치레로 때우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시민들의 관계에 투자하려면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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