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동지 달 해넘이가 꼬리를 흘리며 아쉬운 하루를 보냅니다. 앞으로 다섯 손가락만 세면 결국 365일 한 해가 갑니다. 그리고 강원리뷰 신문에 쓰는 나의 글도 이제 끝이 납니다. 문득 지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낮 모르는 중년 남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강원리뷰에 근무 하시는 편집국장님이요?” 나는 미소와 함께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중년이 말씀하셨습니다. “국장님이 쓰는 글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참 좋더군요” 중년의 남자 분은 나보다 앞서 가던 길을 갔습니다. 강원리뷰에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 이렇게 적어 봅니다.

강원리뷰에 ‘살며 생각하며’라는 제목으로 칼럼 글을 시작하면서 주저가 있었고, 마치는 지금 이 순간은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정리할 수 있었고, 내가 만난 삶의 모든 풍경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는 했습니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풍경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었고 삶의 안쪽을 향해 걸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그 끝없는 안으로의 여행을 나는 강원리뷰와 함께 한 셈입니다. 때로 행복했었고 때로 버거운 노역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그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때 행복하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게 묻습니다. “기자 노릇을 정말 좋아해?” 때로는 망설여지고 때로는 금방 대답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합니다. 세상 어떠한 삶도 금방 ‘좋다고’ 답할 수 있는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하다 보면 싫어질 때가 있고 밀쳐두고 있다 보면 다시 좋아질 때가 있습니다. 삶의 모든 행위도 역시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질 때는 온 정열을 다해 추구하고 싫어질 때는 그 일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추구가 ‘행복’이라면 기다림은 바로 ‘행복해지고 싶을 때’라고 정의하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게 말합니다. “너는 불행한 것이 아니야. 그냥 행복해지고 싶을 때에 서있을 뿐이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이것저것 걱정이 앞설까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세상이 갈수록 각박하고 살벌해지는 것만 같아 걱정됩니다. 물신숭배(物神崇拜)의 결과로 나타난 개개인의 탐욕과 이기심은 수많은 부정과 불의를 낳았습니다. 오직 공부 공부로만 내몰려 황폐해진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약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줄 모르는 괴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리더가 리더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세상,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 세상,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만 매달려 휘둘리느라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도 가꿀 줄도 모르는 황폐하고 가난한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무엇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 외부에서 삶을 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그중에 뭐가 제일 중요할까요? 현재입니다. 현재가 없으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현재를 중시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행복도 그렇습니다. 다들 ‘이 다음의 행복’ ‘미래의 행복’만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현재가 수렁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이 다음의 행복’까지도 못 갑니다. 가령 외줄타기 하는 사람에게 뭐가 제일 중요하겠습니까. 자기 발 얹어놓은 바로 그 자리, 거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자리가 없으면 떨어져 죽으니까요. 그게 어딘가.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그럼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각자의 현실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편리함 이면에 깃들어 있는 행복의 노고를 그저 간과하며 소중히 여길 줄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티베트의 스님 아남 툽텐의 글로 작별을 말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은 우리 입술이 낼 수 있는 가장 신성한 말입니다. 이 말을 할 때마다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차가운 얼음이 녹아내립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가 쉬이 찾을 수 있는 행복을 곁에서 찾아 마음껏 안락(安樂)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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