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장은 묵호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생활비에 보태려고 석탄서리가 흔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저탄장에 비산탄 방지시설이 없던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묵호항 주변은 석탄가루가 자욱해 탄광촌을 방불케 했다.

‘석탄과 바다와 파도뿐인/묵호’(정영주,「오월의 신부」)라는 단언이나 ‘언덕 끝 저탄장 그러나 햇빛 몇 조각/웅크린 탄더미 속으로 막막한 화석이 되어가는 줄/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김용묵, 「묵호역에서」)는 진술이 가능한 것도 출하를 기다리는 저탄장이 만들어낸 것이다.

탄광문학이란 ‘탄광노동현실을 인식하는 현장성, 탄광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의식을 담고 있는 계층성, 탄광노동현실과 탄광촌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비전을 담은 전망성이 있는 문학’이다.

동해지역에서 탄광문학에 접근한 대표적 시인으로는 정영주와 최승익을 꼽을 수 있다.

묵호에서 성장한 정영주와 옥계지역에서 탄광노동 체험을 한 최승익이 탄광문학에 애착을 갖게된 것도 탄광문화권에 속한 동해지역의 환경에서 기인한다.

정영주는 동해지역의 문학단체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1999년 《대한매일》신춘문예 당선작인 「어달리의 새벽」처럼 묵호를 배경으로 한 많은 시편들을 양산했다.

묵호에서 석탄가루와 함께 생활한 유년의 기억들은 정영주로 하여금 「아버지의 도시」 연작을 통해 묵호와 석탄의 이미지를 혼합시켰으며, 「폐광촌」,「폐광 1」 ,「폐광 2」,「마지막 광부」같은 탄광시를 토해냈다.

최승익은 1989년 『노동문학』을 통해 탄광시「폐석장」,「밤새 내린 눈」등을 발표하면서 전국문단에 광부시인의 출현을 알렸다. 1992년부터 1999년 사이에 『동해문학』을 통해 탄광시를 집중 발표하면서 총 29편의 탄광시를 선보였다.

1992년(광부 1」,「유품」), 1993년(「휘파람 소리」), 1994년(추석절-석탄산업합리화사업,장마-황지에서,「폐광」), 1995년(밥줄,깐깐오월), 1996년(규폐병동에서1,규폐병동에서2,규폐병동에서3,규폐병동에서4,규폐병동에서5-부검,규폐병동에서6-권일남,규폐병동에서7-통화는 할 수 있으나 반환되지 않는 돈,규폐병동에서8,규폐병동에서9-학사모,입갱,떠나는 사람들-석탄산업합리화5,울음,발파 연기 속에서,빨래,선탄부 김일만,김부관,꺽쇠와 쐐기되어), 1998년(쇠북소리,상제), 1999년(점화,겨울잠)

최승익은 1996년 『동해문학』8집이 다룬 ‘최승익의 문학 특집-자선대표작’20편 중에서 18편(이 중 1편은 6집에 기발표)을 탄광시로 선정할 만큼 탄광노동현장과 탄광시에 대한 천착을 드러냈다.

「김부관」이라는 시에서는 ‘먼 바다 항구 도시 고루 드나들며/달러를 벌어 동기간의 세간’까지 도와주던 외항선원이 가난한 처지로 전락하면서 ‘광부가 되기 위해/어깨짐을 꾸려 허름한 역’으로 다가온 사내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최승익의 시는 ‘탄광생활에서 얻어진 찌들고 곰삭은 끝에 얻어진 것’으로 탄광현실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