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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그 때를 아십니까 (26)
2013년 03월 22일 (금) 19:11
탄광촌의 화장실 풍경

탄광촌과 똥골
  탄광촌에서는 직급에 따라 화장실도 달랐다. 황지지역의 어룡광업소 광부들의 사택은 16가구당 화장실이 1개 동을, 간부들의 사택은 8가구당 1개 동을, 과장급 이상의 고위 관리자 사택은 건물 외벽에 1가구당 1개씩의 화장실을 사용했다.
  탄광촌 사택의 공동 화장실 칸막이는 나무판자였으므로 옆 칸에서 힘쓰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그러다 보니 배에 힘줄 때도 살살 줘야 했다. 적게는 2개 동 10가구에서 많게는 6개 동 30가구가 하나의 공동화장실을 사용했다. 화장실 건물 한 채 당 5칸의 화장실이 있었다. 공동화장실을 꺼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요강을 사용하는 집이 많았다. 장성광업소 광부들이 거주하던 금천사택의 나무판자 공동화장실은 1990년대 사택을 철거할 때까지 사용됐다.
  겨울의 공동화장실 풍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똥 무더기가 얼어붙어 엉덩이를 찌를 듯이 빙산처럼 솟아올랐다. 가끔 톱으로 썰거나 도끼로 찍어내야 쓸 수 있었다. 공동화장실은 집집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화장실 청소 당번이 정해졌다. 겨울의 화장실 필수 청소용구로는 삽, 괭이, 도끼 같은 것이 꼽혔다.
  공동화장실 가는 것을 꺼리는 어린아이들이 사택 골목에서 그대로 볼일을 보기도 했다. 밤중에는 어른들도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사택 골목에서 볼일을 보았다. 사택은 그나마 공동화장실이라도 있건만, 탄광촌 개인 주택의 골목 사정은 더 열악했다. 똥 무더기가 많아 지저분하다 하여 똥골이라고 불렀다. 태백탄광촌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소설가는 화광동 사택 주변의 똥골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2정목 1호방, 2호방….
  처음에는 매우 생소하고 설었지만 이젠 그렇게 부르기에 만성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3정목 골목길…… 또다시 4정목 골목에는 신문지로 덮여 있는, 아이들이 싸 갈긴 가느다란 똥과 개똥, 연탄재, 낡은 사과궤짝 속에는 내다 버린 구겨진 비닐봉지와 배추포기, 언제나 조금은 질척거리는 검은 땅바닥에는 길게 늘어뜨려진 색 바랜 고무호스, 고무호스 중간 중간은 찢어진 런닝셔츠나 노끈으로 칭칭 동여 매여져 있곤 했다.
  재미있는 일은 언제부터인지 내가 잠을 자는 사택촌의 아랫동네가 똥골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똥골? 골목에 하도 똥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 듯싶다. 말의 힘이란 참으로 우습고도 대단한 것이다. 처음 똥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푸하하 아주 근사하군, 하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 후부터는 어쩌다 밤늦게 한잔 걸치고 비틀거리다 똥을 밟아도 전처럼 불쾌하지 않았다.
  똥골에서 똥을 밟는 일은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일에 속하게 된 것이다. 잠시 머무는 땅, 기필코 곧 떠날 땅… 똥골이면 어떠랴. 똥을 밟고 인상을 짜느니 이미 밟은 똥에 적응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최성각, 『잠자는 불』중에서)

 공동화장실에서 날마다 들려오는 여자 울음소리
  공동화장실은 남녀가 따로 구분이 없이 함께 썼다. 칸막이는 나무판자로 만들어져 있었으므로 송판의 약한 옹이 부분을 툭 쳐내면 옆 칸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옹이 말고도 시선을 두기 적당한 위치를 잡아 일부러 구멍을 냈다. 안에 들어간 사람은 종이로 막아두기도 하는데 옆 칸에서는 종이를 밀어내고 훔쳐보았다. 대다수의 주부는 공동화장실에 익숙해져 갔지만 젊은 새댁들은 여전히 꺼렸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옆 칸 사내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순간 기겁을 한 새댁이 그 이후부터 화장실 가길 꺼린다는 얘기도 많았다. 항상 남편과 함께 화장실에 같이 가는 새댁들도 있었다.
  사택의 공동 화장실에서는 밤마다 여자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밤중에 그런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간 큰 남자들도 모골이 송연했다. 울음소리의 사연은 사택의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방음이 안 되는 좁은 사택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실정이니 탄광촌 주부들은 남편이나 시부모와 불화를 겪고도 소리치며 울 공간조차 없었다. 탄광촌의 금기 중에는 여자들을 억압하는 것이 좀 많았던가! ‘여자가 울면 재수가 없다.’거나 ‘여자가 밤에 울면 집이 망한다.’는 말이 있었으니 집에서 울 처지가 못 되었다.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방에서 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화장실이야말로 신세타령을 하면서 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였다. 옆 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대는 여자의 소리를 듣다 보면 소름이 끼쳤다. 소리를 죽여가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던 터였으니, 울음소리는 더 괴이하게 들렸다. 공동화장실을 오래 이용해 상황을 알 만한 사람들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세한탄을 하다가 우는 것도 모자라 공동화장실에서 목을 매달아 죽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런 일이 있고 나면 한동안은 웬만한 어른들도 밤중에 공동화장실 가길 꺼렸다. 좀 멀더라도 다른 사택동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공동화장실은 주택과 떨어져 독채로 지어져 있었으므로 늘 무서운 이야기가 나돌았다. 겁탈, 성희롱, 폭력 등 무서운 일로부터 지키려고 아내나 어린 딸이 화장실 갈 때는 남자들이 같이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겨울에는 한 사람 화장실 가는데 온 가족이 고생해야 했다. 아래 위에서 찬바람이 들이닥치는 화장실 안에서 엉덩이를 까놓은 사람의 추위도 추위였지만, 찬바람 맞으며 밖에 기다리는 가족도 함께 고생했으니 말이다.
  옛말에 ‘화장실하고 처가는 멀어야 좋다’고 했다. 그런데 공동화장실을 생각하면 처가는 몰라도 화장실은 가까운 게 좋다. 요즘엔 모두가 집안에 화장실을 두고 살아가지 않는가! 또 처가도 자주 드나들고 말이다. 세상이 변해가면서 똥골 이야기도, 사택의 공동화장실 이야기도 모두 탄광촌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광부들이 살던 사택과 공동화장실 하나쯤은 남겨두면 좋겠다. 탄광촌은 새로운 관광도시로 발전을 꾀한다면서 탄광의 흔적들을 ‘흉물’로 몰아 철거했다. 남아있는 유적들만이라도 잘 보존하여 탄광지역의 생활상을 돌아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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