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된 증인 광부의 일 처리가 끝나면 광업소에서는 그 답례로 쌀이나 급여를 더 지급했으며, 좋은 조건의 작업장에 배치하는 특혜를 주었다. 작업장의 배치는 노동조건, 안전사고, 급여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73년 동고탄광 사고를 취재한 황석영의 르포 「벽지의 하늘」은 그러한 비리를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동고탄광의 가스 사고를 놓고 경찰과 회사 측에서는 죽은 광부의 주머니에서 성냥과 담배꽁초, 담배 은박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갱 속에서 죽은 감독의 유서, 광부들의 증언, 주민과 유족들의 이야기는 이와 달랐다. 보상금 때문에 광업소에서 죽은 광부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심지어 광업소에서는 광부들과 탄광사고로 사망한 유족이 만나는 것조차 막았다. 가족을 잃고 난 유족들은 탄광이 지닌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려 들었기 때문에 광업소는 유족들을 꺼렸다. 다음의 기록이 그러한 사실을 잘 반영한다.

어느 광부는 유족을 찾아가 인사라도 드리는 게 도리인 줄 알지만, 회사 측에서 어떻게 볼까가 두렵고 또 남의 눈이 의식되어 찾아가지 못한다고 민망해했다. 사고자의 유족이 외부에 연결됨을 꺼리고 또한 빨리 떠나주기를 종용하는 이유를 알듯하다. 유족들로서는 이상 더 거리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탄광생활을 겪어 본 그들이 탄광의 모순점을 가장 날카롭게 지적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황석영,「벽지의 하늘」중에서)

결국 갱내 사고는 죽은 사람에게 모든 사고의 책임이 돌아갔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누명을 쓰고도 도리가 없었다. 회사에서는 죽은 자에게 안전사고 책임을 물어 사고를 조작하고 누명을 씌우는 방법으로 보상금을 줄였다. 동료 광부는 그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며 한숨만 쉴 뿐이었다. 일하다 죽은 노동자만 억울하였으니 탄광촌에서는 ‘굴속에서는 죽은 사람만 바보’라는 말이 유행했다.

가끔 동료 광부가 사고의 진실을 유가족에게 몰래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가족이 광업소를 상대로 하여 진실 투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관리 감독 기관들이 시설 미비로 말미암은 안전사고의 진실을 알면서도 ‘눈감고 아웅’ 식으로 광업소 측을 봐주기 때문이다. 광부들은 감독해야 할 국가 기관이 탄광 경영주 측과 짝짜꿍이 되어 돌아가는 ‘가재는 게 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부는 탄광 경영주와 짝짜꿍’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광부들은 늘 위험한 노동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그 강도 높은 노동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광부들의 힘은 오늘의 탄광촌을 있게 한 힘의 원천이며, 국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한국 산업발전의 금자탑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딘 광부와 광부가족들의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탄광촌 곳곳에는 광부들의 죽음을 상징하거나 죽은 광부의 영혼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 태백시에서 삼척시로 넘어가는 좌측 산 중턱, 태백시가지를 굽어보며 서 있는 산업전사위령탑이 있다. 탄광사고로 숨져간 이들의 위패를 안치한 산업전사위령탑은 해마다 강원도지사가 참석하는 추모식이 열린다.

삼척시 도계에는 ‘산업전사 안녕 기원비’가 세워져 있다. 1992년 도계초중고동문회가 도계 역 앞에 세운 이 비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사람을 위해 세웠다. 석탄합리화로 황폐화되어 가는 탄광촌에 희망을 불어넣으려고, 또 광부들의 안전과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세운 비이다.
죽은 광부를 위해 광업소가 건립한 사찰도 있다. 함태광업소는 태백시 소도당골지역에다 청원사란 사찰을 세우고 숨진 광부 영혼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이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태백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던 청원사는 함태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위축됐다.

경동탄광은 삼척시 도계 황조리지역에다 1983년 도덕정사란 사찰을 세우고 탄광작업 중 매몰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광부들의 영령을 위로했다. 경동탄광의 손도익 명예회장은 도덕정사를 건립한 뒤 조계종에 증여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 문경석탄박물관에는 1999년 ‘진폐재해 순직자 위령비’가 세워졌다. 탄광노동의 직업병인 진폐증으로 숨진 진폐재해자들의 위패를 모신 위령비이다.

한편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징용된 이들을 위한 추모제도 있다. 1942년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돼 장생탄광에서 채광작업을 하다 수중갱도 매몰로 수몰된 한국인 희생자는 186명에 이른다. 이들을 위로하는 합동 천도제가 2001년 2월25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장생탄광 수중갱도 송풍구 근처에서 열린 바 있다. 희생자 유족들은 장생탄광 현장에서 수중갱도 위 바다를 향해 헌화하며 고인을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