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란 지명은 동해바다에서 얻어진 만큼, 지리적·산업적·사회적 환경에 있어 바다이미지와 친밀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글이 동해지역시인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바다를 주목하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해지역에서 발행된 문학잡지에 나타난 바다 소재 시작품의 수는 다음과 같다.

동해문인협회가 발행한 『동해문학』 창간호부터 19집까지 총 621편 중 92편, 동해삼척작가동인이 2007년 창간한 『동안』에는 총 38편 중 3편, 동해여성문학회가 발행한 동인지 창간호부터 9집까지 총 395편 중 28편이다.

작품 수의 분석 결과 바다가 동해지역시인들의 창작에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해시가 해양권 문화를 지닌 지역적 특성에 비춰볼 때 의외인 셈이다.

동해지역문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해양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쉼 없이 흐르는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동해지역 주민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린 배 채우려 시작한 물질에/손끝에 맺힌 피멍울 훈장’이라든가, ‘조가비 따개비 다 잃은 덕에 철밥통 차게 되었다’는 진술은 동해 바다, 묵호바다와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전한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선언적 진술은 바다를 극복하려는 화자의 의지를 담았다.

‘묵호항 방파제엔/비쩍마른 바다풀들이 질기게 매달려 있다’는 대목에서는 동해지역민의 삶과 그 삶의 전반을 지탱하는 바다에 대한 애증관계가 전달된다.

해풍이 기승하고 저민 어둠 내린 곳에

기적 소리 울리면

어머니에게 가장 화려한 통일호가

도착합니다

정해선,「어머니를 기다리는 동해역에서」일부

통일호보다 먼저 기차역에 도착하는 것은 해풍이다. 바다를 근거리에 둔 동해역의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냈다. 바다를 작품에 자주 등장시키는 이애리 역시 ‘갈매기는 파도 소릴 물고/역사(驛舍)에 내려앉는다’(「추암역」)는 작품을 통해 파도소리를 기차역으로 옮겨놓는다.

함몰된 그리움 속에 쉼 없이 흐르는 바다

갯바위 응달진 곳 저린 따개비 옹송거리고

찰랑이던 물비린내 가슴속 깊이 재워둔 채

주린 배 채우려 시작한 물질에

손끝에 맺힌 피멍울 훈장 달았다

조가비 따개비 다 잃은 덕에 철밥통 차게 되었다고

높새바람 일렁이는 날

늘어진 물초로 은비늘 가득 안고 돌아오던

그 환한 미소가

부끄러운 시선을 보내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한다

돌아오는 묵호항 방파제엔

비쩍마른 바다풀들이 질기게 매달려 있다

-- 김영수 물초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