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 중 씨엠립의 현지 가이드는 관광지에서 많은 상인을 만나게 될텐데, 캄보디아인은 자존심에 세서 물건값을 안 깎아 준다고 했다.

이것 또한 거짓말이거나, 캄보디아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자존심이 센 민족 얘기는 전세계가 똑 같다. 유독 필리핀, 태국,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의 패키지 여행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가이드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씌울 궁리만 하니 그 나라 민족 정체성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없는 탓일 게다.

씨엠립 관광지 물건은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1/3을 깎아야 제값이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 15달러 부르는 식탁보를 6달러에, 15달러 부르는 앙코르 문명이 소개된 영문책을 6달러에, 9달러 부르는 전통옷을 4달러에 구입했다. 열쇠고리 6개 한세트를 10달러에 부르는 것을 깎아서 4달러에 샀다. 하지만 열쇠고리는 사용한지 하루만에 도금이 벗겨졌다. 전시용이라면 몰라도 사용하는 것으로 선물용이라도 사지않는 것이 좋다.

앙코르 유적지마다 행상과 부딪힌다. 동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물건에 대한 구입의사가 있다면 일행의 제일 끝에 서야 한다. 첫손님에게는 물건값을 잘 깎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적지 입구나 시내에 있는 토속상품점에 들어가서 직접 흥정하면 쇼핑하는 것도 재미도 있다.

패키지 여행일 경우 가이드의 영업수입이 생기는 특정업체의 쇼핑센터에서만 물건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개별적인 쇼핑 시간을 주려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가이드의 통제된 시간을 뚫고 개인 시간을 활용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가이드는 안내자일 뿐 통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앙크르 유적 관광에 나서면서 캄보디아 전통복을 입고 다니면 시원할뿐더러 사진도 잘 나온다. 전통복은 흥정만 잘하면 1벌에 4∼8달러 짜리들도 구할 수 있다.

해외 관광지에서 상인과의 만남은 또다른 문화와의 접촉이다. 물건을 사는데 열중하지 말고 그들과의 대화, 그들과의 흥정을 즐겨야 한다. 비슷한 물건은 세계 도처에 널려있다. 물건보다 상인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캄보디아에서 물건값을 깎거나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크메르어를 몇 개를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섭섭하이(안녕하세요), 쓰루얼(좋아요), 아쿤(고마워요), 아쿤 지란지란(매우 고마워요), 쓰레이 쓰안(예쁘다), 남자에게는 썽하(멋있다), 뿌마(친구), 썹바이(행복하다), 쏨 또우(미안하다), 틀라이(비싸다) 등을 적절히 구사만 해도 상인들은 금방 너그러워진다.

아이들에게는 칠랏(똑똑하다, 영리하다), 쨋 러오(착하다)을 사용하면서 미소를 되받아 함께 웃어주는 것도 좋다.(가이드들은 이들의 눈길과 마주치지 말라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아이들이 관광객에 치근덕대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처럼, 적어도 동남아 여행을 즐기려면 관광객 또한 그들과의 만남에 익숙해져야 한다)

동남아 열대지역에도 다 있는 과일이지만 캄보디아 역시 맛있고 값싼 열대과일이 즐비하다. 씨엠립의 재래시장에 가면 과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아 즐겨 찾는 과일로는 망고, 망고스틴, 람부탄이 꼽힌다. 두리안은 입맛에 맞지않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명성에 비해서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여행객들 중 애연가들은 싼담배를 사겠다면서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씨엠립의 한식당에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싸다. 면세점에서 한 보루 18달러 하는 담배를 12달러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